자동차 흠집난 부분 재도색 한 뒤 운전자에게 알리지 않고 팔아

#1
충남 홍성군 금마면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2월 지인의 소개로 폭스바겐 CC 2.0TDI 4모션 모델을 정상가보다 7~8% 저렴한 4천600만원에 구입했다.

차량을 인도 받은 당일 이 씨는 차량 앞 보닛 부분과 뒷쪽 범퍼의 하단 코팅이 벗겨지는 등 여러곳에서 도색 불량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AS센터 측은 "국내 입고 후 인도 직전 검사를 하는 PDI센터에서 최종 점검 시 하자가 발견돼 추가 도색을 실시했다"고 답했다.

고객에게 더 깔끔한 차량을 전달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지만 구입 당시 재도색에 관한 어떤 안내도 듣지 못한 이 씨는 배신감밖에 들지 않았다.

이 씨는 "백번 양보해 만약 제조사의 논리대로 PDI센터에서의 재도색이 관행이고 서비스차원에서 이뤄지는 거라면 운전자가 알 수 없도록 완벽하게 제대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관계자는 "PDI센터는 면세구역으로 분류돼 이곳에서의 작업까지 출고 전 작업이라 공정과정에 속한다"면서 "공정과정에서의 재도색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고 이 또한 모든 수입차 브랜드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2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5천여만원에 구입한 유명 수입차 곳곳에 남아있는 재도색 흔적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지난 2월 초 포드 링컨 MKS 모델을 구입한 김 씨가 재도색 여부를 알게 된 것은 구입 10일 후 발생한 간단한 접촉사고 때문이었다.

운전석 뒷쪽 휀다 부분이 들어가 펴는 덴트작업을 하러 찾은 정비소에서 작업도중 철판 도색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의심이 들어 차량 곳곳을 살펴보니 재도색이 의심되는 정황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운전석 뒷브레이크 통을 떼어보니 테이핑 자국에다 도색 시 들어간 먼지까지 줄이어 발견됐다. 

수입대행업체 및 제조사 등에 내용증명으로도 관련 사항을 문의하자 '차량 운송 과정이 길다보니 흠집이 난 부분이 있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색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제조사 측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그렇게 당당한 일이면 왜 판매 시 안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수입업체 관계자는 "차량 재도색은 좀 더 나은 품질의 차량을 인도하기 위한 수입차 업계의 '관행'이다.

해당 고객에게 충분히 소명을 했으며 문제 될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로 신차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흠집난 부분을 다시 도색한 뒤 이를 알리지 않고 정상가격에 판매해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올해 1∼6월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수입차량 재도색 관련 민원건수는 13건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지난 한해 20건보다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원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수입차는 국내에 도착할 때까지 선박으로 평균 1∼2개월의 운송과정을 거쳐 흠집이나 녹, 찌그러짐 등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수입차업체들은 하자가 발생한 차량을 국내 PDI센터(Pre Delivery Center·출고 전 검사 센터)에서 재도색한 뒤 고객에게 사전 고지하지 않고 정상가로 판매하고 있다.

재도색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드러나거나 중고차로 매매할 때 감정하면서 밝혀져 가격 산정에서 소비자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특히 재도색은 원래 생산 공장에서의 도장과 달리 강도나 수명이 크게 떨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생산 공장에서 도색을 하면 보통 60∼75도에서 가열 후 30분∼1시간 건조된다.

반면 PDI센터는 이 같은 적정 온도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내구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재도색 부분이 드러난 차량은 `사고 차'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높고, 차량 가치도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들은 '관행'이라며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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