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중계' 스포츠 해설, 또 다른 중계의 형태 자리잡아

스포츠 중계는 편중되지 않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중립중계'를 해야 함이 원칙이다. 다만 해설위원도 해설가이기 이전에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이기 때문에 스스로 인식 못하는 사이 한쪽 팀의 편을 드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정함은 내던진 채 해설하는 스포츠 중계가 있다. 이는 바로 '편파중계'. 최근 편파해설 중계가 이뤄지면서 보편화된 중계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편파중계'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차 발전하고 있다. 단순한 음성을 넘어 그래픽까지 삽입하며 관중들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비춰주면서 지역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 한국프로야구사상 첫 2천 경기 연속 중계방송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KNN 이성득 프로야구 해설위원.  
특히 야구에서 '편파중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는 방송권역이 한정돼 있는 지역 라디오 방송이 모태라고 볼 수 있다. 1998년 7월 부산 경남지역 방송인 KNN(당시 PSB-FM) 라디오는 롯데 자이언트 출신의 이성득(60) 해설위원을 섭외해 본격적인 '편파중계'를 시작했다.

처음 홈경기만 중계했던 KNN 라디오는 '편파중계'로 부산 롯데 팬들의 열광에 현재 롯데 전경기를 모두 중계하고 있다. 그게 롯데 편파 해설의 시작이었다. 이에 탄력을 받아 부산은 KNN라디오 뿐만 아니라 부산 MBC 라디오, 케이블 방송국인 CJ 헬로 비전 부산당송 등도 롯데 '편파중계'에 합류했다.

이후 케이블과 IPTV(인터넷 TV) 등 매체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 다른 스포츠 경기에도 '편파중계'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IPTV에서는 KT 미디어허브와 함께 olleh kt프로야구 편파중계 방송을 만드는 SPOTV는 2011년 포스트시즌부터 제작을 시작, 올해 3년째를 맞았다. 매 해마다 상승세를 타 현재는 9개 구단의 편파중계가 모두 가능하며 하루에 열리는 4경기 중 한 경기를 선택해 홈팀과 원정팀으로 나눠 실시하고 있다. 시청자는 리모콘 버튼으로 자신이 원하는 중계방송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편파의 정도가 심한 '프로야구 편파중계 방송'은 지난해 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2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CJ헬로비전 계열 해운대기장방송·금정방송·중부부산방송· 중앙방송과 현대HCN 부산방송 등 5개 SO의 프로야구 편파중계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27조2항(품의 유지)을 적용해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방통심의위가 권고를 내린 방송은 롯데자이언츠 팬들을 위한 편파 중계방송이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프로그램은 연고팀에 대한 응원의 수준을 넘어 심판을 조롱하거나 상대팀을 비하하는 등 과도한 편파 중계를 했다"며 "자칫 시청자를 자극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제작진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해설자는 "나간 자식 ○○잡아 뭐하겠습니까"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방통위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방송에서 사용되기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편파중계' 방송의 인기는 계속 치솟고 있다.

olleh kt 프로야구 편파중계의 경우 지난해 경기 당 평균 접속자수가 약 9만명 가량이었고 올해는 특별한 광고 등 프로모션 없이도 평균 10만명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SPOTV측은 "특별한 광고나 프로모션 없이 지난해보다 다소 늘은 것을 보니 안정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CMB 광주방송의 '편애중계' 역시 지역 케이블 TV로는 상당히 높은 1%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넘고 있다.

축구에서도 표창원 전 교수와 뮤지컬 배우 송용진의 '편파중계'가 등장했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중계석에 수원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는 표 전 교수와 서울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송용진은 90분 내내 격앙된 모습으로 자신의 팀을 응원했다.

FC서울과 수원 블루윙즈의 '슈퍼매치'에서 수원의 지지자인 표 전 교수와 서울의 열혈팬 송용진이 편파해설자로 등장한 것이다. 슈퍼매치는 지상파와 케이블 스포츠채널을 통해 중계되진 않지만 FC서울의 홈경기를 중계하는 교통방송 tbs를 통해 전파를 탔다.

▲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 서울 대 수원 삼성의 경기가 FC 서울의 2대 1 승리로 끝났다.  


슈퍼매치는 K리그 최대의 흥행 컨텐츠다. 서울과 수원의 팬들은 각각 자신의 팀을 위해 열혈이 응원하고, 이에 해설자들도 즐거운 슈퍼매치를 관전할 수 있도록 '편파중계'를 택했던 것이다.

tbs TV 관계자는 "슈퍼매치는 해당 지역민 뿐 아니라 K리그에서는 축제와도 같은 경기다. 승패를 떠나 축구팬들이 함께 즐기는 이벤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중계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경기와 관련, 표 전 교수는 "축구는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고, 난 수원의 팬이다. 축구팬들이 내 해설이 들어줄 만하다고 하시고,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기꺼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있는 공중파 방송의 지나친 편파해설은 팬들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시청이 가능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방송이라면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유지돼야만 한다.

상대팀을 조롱하는 등 올바르지 못한 '편파중계'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스포츠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 스포츠계의 새롭고 올바른 문화, 또 다른 재미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도 과도한 '편파중계'는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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