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소득자영업자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당장 학원, 예식장, 성형외과, 변호사 등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에 대해 적극 대처하기 위해 세제·세정상 제반 조치를 다각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물론 국세청은 종전에도 고소득자영업자들을 별도로 관리해 왔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건축사, 변리사, 법무사, 유흥업소 종사자, 고급주택 등 부동산 임대업자 등이 주된 대상이다.

'유리지갑'인 직장인들과 달리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현금 거래시 소득에서 누락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탈루할 소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고소득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적발해 1조3천65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2008년 482명(3천19억원), 2009년 280명(1천261억원), 2010년 451명(2천30억원), 2011년 596명(3천632억원), 2012년 598명(3천709억원) 등이었다.

최근 2년간 고소득자영업자의 탈루액은 3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심각한 상태다.

정부가 대재산가, 민생침해 사범, 역외탈세자와 함께 고소득자영업자를 지하경제 양성화의 4대 분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단 국세청은 조사인력이 한정된 만큼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올해부터 지하경제양성화 차원에서 특별 관리해 온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탈루 여부 조사의 강도를 한층 높이기로 했다.

국세청은 학원, 예식장, 성형외과, 변호사, 사채업자 등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무엇보다 주시하는 것은 수임료나 병원비 등을 현금으로 받은 뒤 차명 계좌에 입금해 소득에서 누락하는 행위, 친·인척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행위 등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의료업의 경우 쌍꺼풀, 코 성형, 유방확대 수술 등 부가가치세 과대 대상을 면세로 신고하거나 현금 결제를 하면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탈루가 이뤄지는 것도 추적 대상이다.

룸살롱 등 유흥주점도 중점관리를 받게 된다.

차명계좌로 입금을 받은 돈을 매출에서 누락하거나 술값을 봉사료로 변칙 처리하는 행위가 적지 않게 이뤄지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매입세액 공제도 검증 대상이다.

공제 대상이 아닌 간이과세자나 면세사업자와의 거래분, 사업과 관련이 없는 개인이나 가정의 경비, 실제 금액보다 과다 기재해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특히 국세청은 오는 11월부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 정보를 탈세자나 체납자 적발에 이용할 수 있게 되는데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은 FIU 정보를 조세·관세 범칙 조사와 세무 조사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FIU가 보유한 의심거래보고(STR)와 2천만원 이상의 고액현금거래(CTR)를 조세·관세 탈루 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에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국세청은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조사 강화 방침이 기업 등에 대한 전반적인 세무조사 강화로 비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국세청에서 게속 특별관리해 왔으며 올해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4대 분야에 들어가 있던 것"이라며 "이 분야에 대한 조사는 강화하되 일반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당초 계획보다 연간 1천건 가량을 줄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세무조사를 통한 추가 세수 확보가 전체 세수의 3% 안쪽에 불과한 만큼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로 확보할 수 있는 세금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국세청으로서는 부담되는 대목이다.

자영업자 전체의 탈루율도 50%대에서 30%대로 줄어든 만큼 추가 세수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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