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제2의 김대업사건"

원 전 원장은 이날 "국정원의 댓글 작업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대선 개입이 아니다"며 "대선 기간에 어떤 후보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8차례나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댓글 활동에 대해 북한의 사이버 대남 공작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고 했다. "북한이 2009년 대남 공작 부서를 개편하면서 사이버 쪽을 강화해 심리전단을 확대했다"고 했다. "국정원이 노무현 정부 때도 정권 홍보 댓글 활동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 또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작년 대선 직전인 12월 16일 부실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검찰 기소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검찰 공소장 내용 전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재판 과정에서 분명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12월 16일 밤 심야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당시 언론사 간 경쟁이 치열해 그날 밤 특종 보도가 나올 것이라는 보고를 받아 그렇게 됐다"며 "누가 피해를 보고 이득을 보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정원의 대선 관련 댓글의 유무(有無)에 관한 질문에 "(당시 시점에서라면) 지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세운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혐의 부인 발언 비교표
두 증인의 답변 태도는 대조적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김 전 청장은 적극적이었고, 원 전 원장은 신중했고 유보적인 답변을 많이 했다.
 
오전 10시부터 출석한 김 전 청장은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문에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답변했다.
 
가끔 웃음기도 비쳤다. 서울구치소에서 법무부 차량을 타고 국회에 도착해 오후 2시 출석한 원 전 원장은 차분했지만 피곤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구치소에서 원 전 원장을 접견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고혈압에다 수면 장애까지 있어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데 15일 10분밖에 못 잤다고 한다"고 했다.

◇'제자리걸음'한 야당

이날 야당 의원들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국정원이 여직원 김모(29)씨와 아이디를 공유한 한 민간인에게 댓글 활동의 대가로 9000만원을 줬다"고 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퇴임 때까지 그런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원장님 업무 지시 사항'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인물로 묘사된 것을 예로 들며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으로 선출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에 대해 저런 지시를 했다"고 했다.

박남춘 의원은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던 시점에는 이미 다음, 네이버 등 유명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댓글은 다 삭제된 상태였다"고 했다.
 
또 검찰 수사 결과 삭제된 글이 1만건이 넘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김 전 청장이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의혹을 부인하자 "참으로 뻔뻔한 얼굴을 가지셨군요"라고 했다.

다만 김 전 청장은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작년 12월 16일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치적 압력은 아니었다"고 했다.

새누리당, "제2의 김대업사건"

새누리당 의원들은 질의 시간 대부분을 증인 보호에 할애했다. 이장우 의원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김대업 병풍 사건으로 재미를 본 친노(親盧) 세력이 전 국정원 직원을 통해 자행했으나 결국 실패한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김태흠 의원도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원 전 원장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대선 때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원 전 원장은 "(그 부분은) 민주당에서도 알 것"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 사건을 부각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된 질문에 원 전 원장은 "당시에는 감금 사건으로 봤다"고 했고, 김 전 청장은 "주거 침입이 확실하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감금 관련해서는 좀 더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