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귀를 닫아버린 삼성! 약자의 눈물, 외면치 말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가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회 청문회를 개최하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을지로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乙의 눈물 제11차 사례발표, 삼성전자서비스 불법고용 피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장 위영일) 소속 조합원 30여 명이 참석해 ‘삼성의 불법행위’를 증언했다. 간담회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추진하고 여러 상임위원회를 통해 노동부와 삼성을 압박할 것을 약속했다.

사례발표에 나선 30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은 "수리를 하러 가서 고객에게 폭행을 당한 채 돌아왔다. 회사는 산재처리는커녕 고객만족도 평가지표(CMI)에서 낮은 점수가 나오게 생겼다며 오히려 구박을 줬다. 삼성전자서비스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윤 증식을 위한 소모품 도구에 불과했다." 고 했다.

"같은 일을 하던 오랜 친구가 회사 앞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회사는 우울증이라는 병명을 들이대고 보상을 거부했다. 나는 이 일을 시작하고 아이들과 놀러간 적이 없다.

다친 손목 부여잡고 병원도 못 간 채 일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어제는 15층에서 에어컨 수리를 하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보고 싶어지더니 그냥 떨어지고 싶은 심정이 앞섰다. 처자식 생각나 겨우 참았다. 삼성이 좋고, 기계 고치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다."며 삼성을 원망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발표회는 시종일관 무거웠다. 휴가일에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현실, 다치고 쓰러져도 일해야 하는 상황, 처우개선 요구를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이날 피해사례를 발표한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장 위영일) 조합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의 사장을 삼성전자서비스의 임직원 출신으로 세운 후, 스스로 ‘갑(甲)’이 되고 협력업체를 독립적인 경영을 하는 ‘을(乙)’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협력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을 위장으로 고용해 직접적인 노동법상의 책임을 회피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엔지니어들은 노동기본권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심각하게 유린당해 왔다"며 "삼성전자서비스가 자기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외면하고 있는데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유령 같은 신세"라고 말했다. 노조를 만들어 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정부와 언론에서 외면받지 않을까 두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이제 재벌 대기업의 고용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여론”이라며 피해사례 백서를 제작해 국회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개최와 고용노동부가 실시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수시근로감독 중간점검을 민주당에 요구했다.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 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한편 조합원들은  지난달 24일과 8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서비스에 교섭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나 삼성전자서비스는 “공문 접수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14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 조합원은 1000명을 훌쩍 넘겼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최정명 부위원장은 “조합원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노조는 그달 11일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조합원이 지난 15일 조합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한 글 전문이다.

어느 엔지니어의 눈물

오늘은 아침부터 갑자기 머리가 아파 옵니다. 입안이 까칠하고 헐어 쓰라리기까지 합니다.
몸엔 기가 다 빠져 나간 듯 한없이 무기력해 지네요.

아마 어제, 뻘겋게 달구어진 슬레이트 지붕위에서 두 시간 넘게 작업하고 이 곳 저 곳 불려 다니다 낙뢰 건으로 혼자 고생하는 후배를 도와 점심마저 거른 채, 밤 12시까지 일했던 게 원인이었나 봅니다.

오늘도 나를 눈 빠지게 기다리는 고객들은 40군데가 넘어 가고 그 뒤에 줄을 또 서는 고객들이 자꾸만 늘어 가는데... 보름이 넘도록 찌는 듯한 열대야는 사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만신창이가 된 내 몸은 내 마음과 달리 따로국밥이 되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으려 합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 지금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데...비수기 땐, 허리가 부서져라 졸라매도 부족한데....결국 이놈의 체력이,이 놈의 몸이 오늘 나를 외면하려 하네요.

첫 입사 땐, 제품을 고치고 고객이 기뻐하면 즐거움도 있었고 자부심과 자긍심도 있었는데....그걸로도 충분했었는데....이젠 모르겠습니다.이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10년 동안 내 몸과 마음을 많이도 혹사 시켰나 봅니다.오늘 하루 그냥 이대로 쉬고 싶습니다.오늘 하루 그냥 이대로 시체가 되고 싶습니다.그러면 안 되겠지요?

날 목 빠지게 기다리는 고객이 있고 며칠 전, 팔 인대가 끊어진 후배도 나와서 일하고 있는데, 다리를 다친 선배도 나와서 일을 하고 있는데,아파서 쉰다고 하면 꾀병이라고 그 정도 아픈 건 아픈 것도 아니라 말들이 많겠지요?

바쁠 땐, 사람들은 죄 다 미쳐 가는가 봅니다. 평소 땐, 간 쓸개 몽땅 빼주며 챙겨 주실 것 같던 사장님도, 그렇게 살갑게 동생처럼 아껴 주던 팀장님도, 형제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동료들도, 아끼던 후배마저 눈치주고 짜증을 내며 자존심까지 깍아 버릴테지요?

바쁘고 힘들면 인간미는 사라지고 죄다 악마가 되어 가는가 봅니다. 아프니 입맛도 없어 아침을 거르고 얼음물 한 병을 챙겨 또 다시 어렵게 현장으로 갑니다.

며칠째 냉장고가 고장 나 노발대발하는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몇 번을 머리를 쪼아리며 간신히 수리를 했습니다. 수리비를 못 주겠다 하시네요. 상한 음식물을 되려 변상해 달라고 짜증을 내며 요구를 합니다. 차후에 또 고장 나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줄 각서까지 쓰고 가랍니다.

첫 집인데....아파도 도와주러 왔는데....울컥! 서러움이 복받쳐 오릅니다.목까지 넘어 오는 서러움을 간신히 참고 두시간 동안 옥신각신하다 내가 지쳐 그냥 허무하게 다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특별처리하자하면 실적 운운하며 이 소리 저 소리 하겠지요? 그냥 제가 다 떠안고 가야겠지요? 그게 저의 실적이니까요. 그게 바로 저의 능력이니까요.

오늘 정말 왜 이러는지?

하루에 20건도 넘게 잘도 처리했었는데? 하루 종일 아픈 몸을 이끌고 정말 힘겹게 힘겹게 다녔었는데....악착같이 그렇게 열다섯 군데나 다녔건만, 재수리에, 로스에, 난수리에, 자재건에, 크레임에, 눈을 씻고 닦아 봐도 처리 된 실건이 하나도 보이질 않네요.

오늘, 저랑 제 애마랑 비싼 기름을 때가며 이 더운 날 둘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다정히 동네 드라이브를 즐겼나 봅니다. 오늘 몸이 안 좋아 그런가 봅니다.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 쉬어야겠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누가 손가락질을 하든, 누가 짜증을 내든, 오늘 만큼은 내가 살아야겠습니다. 오늘 일찍 들어가서 푹 쉬고 나면 내일은 나아지겠지요?

오늘 못 번 돈! 내일 곱절로 다니면 될 테니까요. 허무하고 서러운 마음을 애써 위로하고 달래며 오늘도 무겁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그런데, 눈물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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