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등 10여기 예방정비 예정."9월 첫째 주까지 예비전력 확보 어려울 듯"

올 여름 지속된 폭염과 원전 1기의 돌발 가동중단 등으로 빚어진 전력난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다음달 중순까지 원전과 복합화력발전 등 10여기가 잇따라 예방정비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24일 "한빛 6호기의 돌발 정지로 전력수급 사정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한빛 1호기 가동을 이틀 연장하기로 했다"며 "연료연소도를 분석한 결과 최대 이틀 정도는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을 만큼의 연료량이 남아 있다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늦어도 27일 오후부터는 자동 감발(발전출력을 낮추는 현상)에 들어가 28일 오전에는 모든 발전이 정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은 통상 1년 6개월 가동하면 핵연료인 플루토늄이 고갈되기 때문에 가동을 중단하고 연료를 보충해줘야 한다.

원자력안전법상 모든 원전에 대해 1년 6개월마다 계획예방정비를 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요 기간은 60일 정도다.

한빛 1호기의 예방정비 일정이 다소 조정됐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된 다음달은 전력수급이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서인천복합화력(발전용량 22만kW)·울산복합화력(15만kW)이 이달 26일 예방정비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1일 인천복합화력 5호기(15만kW), 다음달 7일 보령화력 5호기(50만kW))·태안화력 3호기(50만kW)·인천복합화력 6호기(15만kW) 등의 예방정비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18일에는 총 발전용량 135만kW의 보령복합화력 1∼3호기와 180만kW급의 부산복합화력 1∼4호기 등 발전기 7기가 동시에 예방정비에 들어가고 이어 19일 남제주화력(10만kW), 20일 한림복합화력(3만5천kW)의 예방정비도 계획돼 있다.

내달 중순까지 590만kW의 공급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다 올여름 전력 위기때마다 큰 위력을 발휘했던 산업체 절전규제(약 300만kW)마저 이달 30일부로 끝나게 돼 수급 전망이 더욱 불투명하다.

2011년 9·15 전력대란 때도 발전기 10여기가 대거 예방정비에 들어간 가운데 여름철 폭염에 버금가는 늦더위가 찾아오면서 결국 '순환단전'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수급 상황에 따라 예방정비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면서도 "9월 첫째 주까지는 예비전력 확보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 21일 돌발 정지한 한빛 6호기(발전용량 100만kW)의 정확한 원인 조사 및 정비를 완료하고 이날 오후 7시 20분 재가동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원자로냉각재펌프(RCP)의 운영 상태를 표시하는 상태지시등의 동작회로에서 단락이 발생해 RCP가 정지했고 이어 원자로 보호신호가 발생해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가 정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원인 조사 뒤 동작회로를 교체하고 정상작동하는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의 재가동 승인이 떨어진 즉시 한빛 6호기는 출력을 내기 시작했으며 24일 새벽 3시께부터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력이 100%에 도달하는 시기는 일요일인 25일 오후 1시께로 전력당국은 전망했다.

전력당국의 한 관계자는 "고장 원인과 정비 절차가 비교적 단순해 재가동 승인이 빨리 떨어졌다"며 "한빛 6호기가 전력계통에 병입돼 빠듯한 수급 상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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