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회장단은 28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요구 사항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뭐든지 기탄없이 말씀해 달라"고 했고 총수들의 주문은 구체적이었다.

발언 순서에 따라 정리해 보면, 가장 먼저 구본무 LG 회장은 "융복합 IT(정보통신기술),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에서의 글로벌 시장 선도"를 언급하며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는 심해저 자원 개발, 해양플랜트에 대한 자원외교 강화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물꼬를 터 달라"고 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의 여성·지방대 출신 채용 확대, 중·소상인과의 상생 노력을 설명한 뒤 관광산업 활성화 필요성을 얘기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창조경제는 한국 경제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고 기업들이 앞장서서 실행하고 이끌고 나가야 한다"면서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기초과학 및 융복합 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투자·고용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국내 임금, 물류 비용이 높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자동차·철강 등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 중이고 친환경·첨단소재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10대 그룹 회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고용시장 수급 불균형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인천공항 허브화, 중국 비자 확대, 특급관광호텔 건립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홍기준 한화 부회장은 "이라크 주택 10만호 건설 프로젝트에 중소기업과 동반 진출을 함으로써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보증과 보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SK는 일본 기업인 JX에너지로부터 1조3000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아 울산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데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개정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허창수 GS 회장도 일본 쇼와셀, 타이요오일로부터 1조원의 합작 투자를 받아 여수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지으려는 GS칼텍스의 사례를 언급하며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박용만 두산 회장은 "72개 지역상의 회장을 모두 면담해 보니 투자와 일자리 창출 의지는 있으나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정부의 해외 진출 지원과 실패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통상임금을 "공멸의 문제"로 부르며 "(통상임금 관련) 입법이 쏟아져 나와 개별기업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했다.

◇박 대통령 "창조경제 사이트 곧 띄운다"

박 대통령은 LG 구본무 회장의 발언에 대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환경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LG가 하고 있는 일들이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필요없는 규제는 완화해 드리겠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이재성 대표 발언에는 "심해 자원 개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밖에 없을 텐데. 산업통상자원부에서…(챙기라)"라고 했다.


	10대 대기업 회장단의 청와대 오찬 발언 요지.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단 오찬 좌석배치도.

삼성 이건희 회장 발언이 끝나자 박 대통령은 "국가가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키워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해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기업에서) 직접 키우게 됐다"며 "역시 창조경제의 핵심은 인재이기 때문에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신(新)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있지만 사업자금 설명회를 가질 수 없는 어려운 환경과 또 제도권 밖에 있는 분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드리고자 창조경제 사이트를 구축해 오픈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신3(新3), 다시 말해 신아이디어, 신기술, 신산업의 창조경제 사이트에 많은 분이 참여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넣도록 정부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한 분 한 분이 (해외진출) 계획을 갖고 계실 것이다"며 "그것을 밀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나 자금상의 어려움을 맞춤형으로 의논해서 확실히 성사되도록 하겠다"면서 "투자를 하려고 해도 몇 년을 기다리는 그런 것부터 뭔가 해결책이 좀 나왔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은 두산 박용만 회장 발언에 대해 "너무 많은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규제를 위한 규제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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