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서 매달 수백만원 받으며 국가 전복 모의

지난 5월 12일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간부 회합에서 "평택 유류저장소는 안에 들어가서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등 국가 기간 시설 테러 발언을 주도한 이상호경기진보연대 고문이 지방 조례에 따라 설립된 지방 공공기관의 책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고문은 현재 '수원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이 센터는 2011년 9월 수원시 조례에 의해 설립돼 올해 2억6000만원의 국비·시비 등을 지원받은 지방 공공기관이다.

이씨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부 예산으로 매월 기본급만 200여만원 받는 공공기관장이 국가 전복 범죄의 핵심 멤버로 활동한 것이 된다.

이씨는 이 센터 설립과 함께 센터장을 맡아 지금까지 일해왔다.

이씨는 센터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그늘진 곳이 없고 사람 관계에서 공감과 감동이 전해지는 지원센터가 되겠다"고 했다.

이씨의 센터장 선임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야권 연대를 맺고 선거 공조를 펼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야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당시 수원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양당 후보는 낮은 수준의 공동 지방정부 구성에 합의했고, 민주당 염태영 후보가 수원시장에 당선되자 민주노동당 관계자 10여명이 수원시 산하 기관에 자리 잡았다.

염 시장 당선 후 센터가 만들어졌고 이씨가 초대 센터장이 됐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씨가 진보 정당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신원조회를 포함한 공모 과정을 거쳤다"며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센터 업무가 정당 활동과 상관없고 실제로 이씨가 정치색을 드러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사태에 연루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번 내란 음모 혐의에 연루된 경기동부연합 계열 인사 중 야당 출신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경기도 내 시·군 관련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시민사회단체를 맡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도 그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지난 28일 국정원으로부터 압수 수색을 당한 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하남의제 21'은 2012년 하남시 예산에서 1억6000만원을 지원받은 단체로 알려졌다.

이상호씨는 이날 공개된 회합 녹취록에서 가장 과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확인된 사람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씨는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 "폭탄 제조 능력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 참여시키면 된다"고 했다.

또 "철도는 통제하는 곳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리적 타격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반드시 포섭하는 사업도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등의 발언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그동안 이씨에 대해 집중적으로 내사(內査)해왔다.

이씨에 대한 국정원의 내사 사실은 지난 1월 이씨가 자신을 여러 차례 미행하던 30대 남성을 쫓아가 "당신이 누군데 나를 미행하느냐"며 거친 몸싸움을 벌이다가 시민들의 신고로 함께 경찰에 연행되면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 남성은 자신의 신분을 감췄지만 며칠 뒤 국정원이 '우리 직원이 맞는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국정원 직원이 이른 아침에 수영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차량 또는 도보로 밀착 미행하며 위협감을 줬다. 미행에 항의하자 폭행을 가했다"며 국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공무 집행을 했을 뿐이고, 설령 폭행이 있었더라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반박해왔다.

국정원 측은 지난 28일 이씨를 체포한 뒤 "지난 1월 이씨에 대한 미행은 이번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 1차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를 미행할 당시 국정원은 법원으로부터 감청(監聽) 허가도 받은 상태였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