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경부선 대구역에서 일어난 열차 사고는 무궁화호 열차가 KTX 열차 통과 이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무궁화호 열차가 KTX 열차가 통과하지 않았음에도 왜 출발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레일 측은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는 같은 방향의 KTX 열차가 대구역을 완전히 통과한 뒤 출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사고원인을 밝혔다.

동대구역은 KTX 열차와 일반열차가 모두 정차하고 대구역은 일반열차만 정차한다.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철도는 동대구역과 대구역이 있는 대구 도심 구간의 철로를 공유한다.

이 때문에 고속으로 달리는 KTX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새마을호 열차나 무궁화호 열차가 대구역에 정차하는 사례가 흔하다.

그러나 무궁화호 열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KTX 열차가 대구역을 완전히 통과하기 전에 출발, 대구역에서 100m 지난 지점에서 KTX 열차 측면을 들이받았다.

이곳은 KTX 열차와 무궁화호 열차 철로가 합류하는 지점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사고 당시 무궁화호 열차에 '정지' 신호가 표시돼 있었고 KTX 열차에 '진행' 신호가 표시돼 있었다.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사고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무궁화호 열차는 역 관제실이 신호기에 출발신호를 넣으면 여객전무가 눈으로 보고서 무전으로 기관사에게 "신호기를 확인한 뒤 출발하라"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코레일 관계자는 "대구역처럼 작은 역의 경우 기관사가 단독으로 판단해 신호기를 보고 출발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열차 기관사가 신호기와 선로차단기를 보고서 최종적으로 출발할지를 결정한다.

결국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가 왜 위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채 출발했는지가 이번 사고 원인의 핵심이다.

일각에선 무궁화호 열차의 여객전무의 자격을 문제 삼기도 한다.

전국철도노동조합에 따르면 사고 무궁화호 열차의 여객전무 업무를 맡은 2명 가운데 1명은 최근 7년 간 여객전무 일을 하지 않았다.

이 여객전무는 '승무원 법정휴일 지키기 운동' 등으로 인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최근 임시 안전교육을 받고 여객전무 업무에 투입됐다.

이 때문에 철도노조 일부 관계자는 여객전무의 자격을 문제 삼고 있으나 코레일측은 자격증을 갖고 10년 간 여객전무 일을 한 경험이 있어 자격시비를 논할 가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레일과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공안)는 사고 수습이 끝나는 대로 관제실·기관사·여객전무 등 '3각 체제'가 부실했을 가능성과 신호체계의 오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할 방침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를 아직 구체적으로 조사하지는 못했다"며 "열차 기관사가 최종적으로 출발을 결정하는 만큼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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