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공기업 중 절반 이상이 올해 하반기에 정규직 신입사원 공개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규모도 지난해보다 26% 이상 감소했다.

민간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상황에서 공기업마저 채용을 줄이면서 하반기 취업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일부 공기업은 서류전형을 없애 나이와 학력, 학점, 영어 등을 평가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스펙 초월' 공채로 채용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1일 공기업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 등 30개 공기업의 올 하반기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1천197~1천20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공기업의 지난해 정규직 신규채용 인원인 1천641명보다 26% 감소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과 한국광고진흥공사가 하반기 채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공기업 전체 채용규모에서 양사가 차지하는 비중(지난해 2.8%)이 낮아 대세를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 채용 계획이 없는 공기업은 16개로 지난해의 10개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 과반을 이루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지난해 하반기에 200명의 고졸 신입사원을 뽑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현원이 정원 수준에 근접해 올해 하반기에는 채용에 나서지 않는다.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 500명을 뽑았지만 올해 한 명도 뽑지 않는다.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서부발전, 인천항만공사, 한국조폐공사도 올해 하반기 정규직 신입사업 공채 계획이 없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하반기에 160명, 서부발전은 65명, 인천항만공사는 31명, 조폐공사는 10명을 각각 뽑았지만 올해는 정부 시책에 따라 상반기에 앞당겨 채용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26명을 뽑았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비상경영을 이유로 올해 하반기 공채를 없앴다.

지난해 하반기에 207명, 97명, 70명을 각각 뽑았던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중부발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약 150명, 60명, 15명 등으로 채용 규모를 줄였다.

현재 공채를 진행 중인 한국전력은 하반기 채용규모를 지난해 104명에서 올해 323명으로 드물게 많이 늘렸다.

사업 다각화에 따른 인원 확보 차원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28→70명), 한국동서발전(79→105~110명), 한국석유공사(60→70명), 한국수자원공사(191→200명) 등이 그나마 올해 하반기에 채용규모를 늘린 경우에 속했다.

올해 하반기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이에 따른 아시아 신흥시장 불안 등 각종 불확실성으로 민간기업의 채용 또한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이어서 취업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천700여개 상장사 가운데 777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36.6%만이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으로 금융위기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었던 2009년 하반기(35.4%)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7개 주요 은행의 공채 규모도 2천722명(일부 비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포함)으로 지난해보다 1천36명(27.6%)이나 적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마사회와 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은 서류전형을 없애 학벌·학점·영어 등을 평가에서 배제하고 직무능력검사의 비중을 늘리는 등 이른바 '스펙 초월'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정부는 남동발전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도입한 스펙 초월 채용 방식을 전체 공공기관에 도입하라는 지침을 최근에 내린 바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공기업 채용 인원을 늘리다 보니 하반기에 다소 줄어드는 모양이 되지만 연간으로 계산하면 작년보다 늘었다"면서 "내년 공기업 채용 인원도 올해보다 늘려 채용시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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