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될 위기에 처했다. 이석기의원이다. 그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는데 성공했으나 당내 경선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김재연의원과 함께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다.

더구나 그가 운영하는 광고대행업체에서 선거홍보물을 위탁 제작하면서 비용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국고 4억을 축냈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까지 되어 있다.

처음에는 국회의원 등록조차 못할 것처럼 여론의 압박이 강했지만 지금은 1년 이상 국회의원으로서 아무 지장 없이 활동한다. 국회 윤리위원회는 아예 심리조차 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야권연대를 이뤘던 민주당에서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반수 의석을 가졌다는 새누리당은 다수당의 위력조차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이석기, 김재연의 문제를 우물쭈물 회피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품위와 관련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국민이 품고 있는 의문점을 풀어준다는 의미에서도 시각을 다투는 일이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막대한 세비를 받으며 온갖 특권을 행사하는 의원직을 야당과의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론조차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과연 여당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낳게도 한다. 이런 와중에 이석기 일당이 유사시에 대비한 통신, 석유시설 등에 대한 공격 파괴를 논의하고 지시했다는 국정원의 발표는 사뭇 충격적이다.

3년에 걸친 내사 끝에 발표된 것이라고 하니 국정원의 수사능력을 의심하기도 어렵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는 걸핏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터뜨리며 사회를 공안정국으로 몰아갔던 나쁜 선례가 있다. 그 당시에는 신문기사 한 줄이라도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내용의 진상을 알 수 있다는 때였다.

중앙정보부나 공안검사가 TV에 나와 근엄한 표정과 목소리로 간첩 또는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발표하면 일변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국민의 고민이었다. 그 사람들은 수십 년이 지난 요즘 대부분 재심을 통하여 무죄로 판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은 이번 이석기 사건도 유사한 것이 아니냐하는 의문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33년 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을 지켜봤던 국민이다.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꾸며진 김대중 사건은 때마침 광주에서 터진 5.18민주항쟁과 연결되며 엄중한 군사재판을 받았다.

필자 역시 이 사건에 연루하여 중정 지하실에서 꼬박 60일 동안 처절한 고문을 받고 군사재판을 받아야 했으며 고문후유증으로 김녹영 국회부의장, 박성철 장군, 권혁충, 오대영 동지 등은 석방 후 몇 년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신군부가 정권을 탈취하기 위한 조작이었다. 민주화 이후 전두환, 노태우 등이 반란죄로 체포되어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조작의 실태는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석기 사건도 이처럼 반전(反轉)의 가능성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을 수 있는가.

이미 우리 사회는 민주화를 이룬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당시의 여건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우선 언론의 자유가 만발한 세상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가 3천만에 가깝다. SNS로 지구 저쪽의 일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어느 누가 감히 공안정국을 제 뜻대로 펼 수 없다.

군사상의 무전기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이 국민 3분의 2이상의 손에 쥐어져있다. 경제적으로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정치 환경에서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국정원이라 할지라도 섣부른 수작으로 공안정국을 유도할 방법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이석기에 대한 혐의는 이른바 RO라는 이름의 지하혁명조직원에게 했다는 지시, 명령, 지령 등 확보된 증거가 재판과정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본인과 통진당은 날조 조작 사건으로 몰아붙이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지만 그가 정부 측에 요청한 정보를 보면 북한에서 알면 환호할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법원에서는 현역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에 대해서 구속동의서를 국회로 송부하는 절차까지 신속하게 진행했다. 산하 조직원 3명은 이미 구속 수감되었다. 오래된 일이지만 현직 치안국장과 여당 국회의원이 간첩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되어 사법 처리되었던 사실도 있다.

이석기의 과거 행적은 위태위태하다. 노무현 시절 형기가 많이 남았음에도 가석방이 되고 사면 복권까지 되었던 전력도 수상하다. 이번 기회에 통진당 전반의 문제점을 국회차원에서 파헤쳐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제2의 이석기, 제3의 이석기는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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