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산 등 단말기 설치율 전년보다 줄어…"수수료 지원 미비"

일부 사립 유치원은 학비가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데도 전국 유치원 5곳 중 4곳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유치원의 신용카드 결제 거부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경기를 비롯한 일부 시·도는 올해 유치원의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율이 오히려 전년보다 떨어졌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국 시·도 교육청에서 받아 4일 공개한 '2013년 시·도별 사립 유치원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현황'을 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사립 유치원 4천61곳 중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곳은 20.1%인 816곳으로 집계됐다.

예년과 비교하면 2009년 8.6%에서 2010년 11.9%, 2011년 15.4%, 2012년 18.7% 등 점점 늘어났지만, 일부 시·도는 오히려 설치율이 떨어지며 추세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은 8.2%에서 8.0%, 경기는 20.9%에서 20.8%, 충남은 11.5%에서 11.3%, 제주는 13.6%에서 9.1%로 하락했다.

세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내 유치원 3곳 중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서울은 14.2%에서 14.4%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남부(구로·금천·영등포구)와 북부(노원·도봉구)는 각각 8.0%와 9.1%로 한자릿수에 그쳤고, 중부(용산·종로·중구)는 35개 유치원 중 1곳도 설치가 안 돼 있었다.

고액 유치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지역(강남·서초구)은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율이 2012년 12.8%에서 2013년 12.5%로 0.3%포인트 떨어졌다.

교육부가 지난 30일 발표한 '전국 사립 유치원의 원비 현황'을 보면 사립 유치원비는 전국 평균 연 245만원에 달한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은 연간 비용이 1천200만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유치원비가 국·공립 대학교 등록금에 맞먹을 정도로 높아 학부모에게는 현금 결제가 상당한 부담이 되는데도 유치원이 신용카드 받기를 꺼리는 것이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 지원도 미흡했다.

지난해 전국 교육청이 사립 유치원 신용카드 수수료 지원을 위해 확보한 예산 2억9천878만2천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1억5천890만2천원에 불과했다.

지원 유치원은 244곳이었다.

올해는 3억7천532만9천원을 확보했지만 상반기 중 66곳에 785만9천원을 쓰는데 그쳤다.

안 의원은 "사립 유치원 수업료는 매년 꾸준히 올라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경우도 있는 만큼 정부는 수수료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신용카드 결제 여부를 유치원 평가에 반영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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