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MLB 승격…추신수와의 투타 맞대결 '관심 고조'

▲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임창용이 지난 1월 28일 오후 소속팀의 재활 센터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담금질을 시작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사이드암 투수 임창용(37)이 메이저리그(MLB)로 승격됐다.

임창용은 5일(이하 한국시각) 컵스의 우완 투수 마이클 보든이 지명할당 처리되면서 컵스의 공식 로스터에 포함,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임창용이 지난해 연말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이래 약 9개월 만의 빅리그 입성이다.

임창용은 컵스 산하 트리플 A 팀인 아이오와 컵스에서 11경기에 등판, 11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79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리그 21차례 등판서 평균자책점 1.61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특히 마이너리그서 22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 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아 메이저리그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1976년생 37살의 나이로 'MLB 입성'이란 꿈을 이룬 임창용은 선수 생활의 고비마다 무모해 보이던 모험에 성공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온 '풍운아'다.

진흥고를 졸업하고 1995년 KIA의 전신인 해태에 입단한 그는 해태에서 4시즌, 삼성에서 9시즌을 뛰면서 104승 66패와 168세이브, 평균자책점 3.25를 올려 국내 최정상의 사이드암 투수로 군림했다.

1998년에는 22세의 나이로 34세이브를 따내며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구원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보직을 전환한 후에도 2001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팬들은 그에게 '창용불패', '애니콜'이란 별명을 붙였다. 이는 상황을 가리지 않는 임창용의 활약을 잘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5년부터 성적이 뚝 떨어져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06년에는 1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2007년에도 완벽히 부활하지 못한 그를 두고 '한물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때 쯤 임창용은 돌연 일본프로야구 진출은 선언했다.

▲ 지난해 2월 22일 야쿠르트의 임창용이 오후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한화 이글스의 연습경기 전 투구연습을 하고 있다.   
이후 팔꿈치 건강을 되찾은 임창용은 직구 구속을 최고시속 160km까지 끌어올려 야쿠르트의 '수호신'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2011년까지 4시즌 동안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1승 2패 35세이브와 평균자책점 1.46을 찍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거듭해 '미스터 제로'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 임창용은 야쿠르트와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돌연 미국행을 선언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컵스. 계약기간은 '1년+1년', 2년간 최대금액은 500만 달러(약 54억원)지만 마이너와 메이저 조건이 다른 '스플릿 계약'이었다. 사실 그가 일본에 남았다면 야쿠르트에서 받았던 3년간 15억엔(약 160억원) 정도는 아니더라도 훨씬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의 선택은 바로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타자들과 승부하는 것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착실히 재활에 매진한 임창용은 루키리그와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치며 꾸준히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더니 마침내 계약 첫해에 부상을 딛고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임창용이 컵스에서 출전 기회를 잡는다면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14번째로 빅리그 그라운드에 서게 된다. 야수인 최희섭, 추신수를 제외한 12명 가운데 '잠수함 투수'는 김병현(현 넥센)에 이어 임창용이 두 번째다.

시카고 컵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 등과 함께 유난히 뜨거운 야구 열기를 자랑하는 전통의 구단이지만 올 시즌 58승 80패로 부진하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임창용을 제외한 투수진의 평균 연령은 27.1세로 젊은 선수들도 많다. 이는 오랫동안 자리잡은 선수가 적다는 뜻이다.

5일 현재 정규리그 23경기를 남긴 가운데 컵스는 함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신시내티와 적지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10일부터 3연전을 치른다. 임창용이 이번 3연전에서 등판해 그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내년 빅리그에서는 개막을 맞히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 갓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임창용이 메이저리그에서 거포형 1번 타자로 이름을 날리는 추신수를 만나 류현진처럼 마운드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할 만 하다.

현지 언론들도 임창용에 관심을 표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사이드암 스페셜리스트인 임창용이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면서 해외 스카우터의 말을 인용, "임창용은 제구력과 속임수에 능한 투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임창용이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17시즌을 활동한 것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한 점에도 다시 한 번 주목했다.

마이너리그에서 22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 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아 메이저리그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임창용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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