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역사단체 주장…"식민사관에 근거한 교과서"

교학사 역사교과서, 오류·편파 해석 298건 관련 이미지

우편향 논란을 빚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역사적 사실 관계 오류나 편파적으로 해석한 대목이 간추린 것만 해도 무려 298건에 이른다는 주장이 진보 성향의 역사단체에서 제기됐다.

한국역사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는 10일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뉴라이트 교과서' 검토 설명회를 열고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사흘간 1차 검토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시기별로는 전근대사를 다룬 1·2·3·4단원에서 97건, 일제강점기 영역인 5단원에서 125건, 현대사 파트인 6단원에서 76건의 오류가 각각 발견됐다.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중대한 역사적 사실이 잘못 서술되거나 심각하게 편파적으로 해석한 대목이 간추린 것만 해도 298건에 달했다"면서 "학생들이 배워야 하고 평가와 연결되는 교과서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역사학자로서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교과서가 지나치게 식민사관에 따라 서술됐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회장은 "이 교과서는 우리 민족 문화의 기원을 중국 황허 문명에서 찾고 일제하에서 근대화가 되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에 의존했다는 역사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면서 "사대주의, 타율성론 등 식민사관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이준식 연세대 교수는 이 교과서에서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제강점기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 교과서는 이승만을 위한 교과서"라며 "일제강점기를 다룬 5단원 전체 68쪽에서 11쪽에 걸쳐 이승만의 얘기가 나온다.

이승만의 이름은 42회 등장하고 사진은 5장이나 실려 있다"면서 "하지만 임시정부 마지막 주석인 김구 사진은 딱 1장에 불과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아는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 없다"고 했다.

이어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독립운동가 안창호는 본문에서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에서 이승만에 대해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290쪽)고 서술한 대목과 관련 "공산주의에서 독재자를 찬양할 때나 쓰는 국민적 영웅이라는 말을 어떻게 버젓하게 교과서에 쓸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박정희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축소하고 국가폭력을 경시한 점은 이 교과서 현대사 서술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근거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이 교과서 326쪽에서 시위대의 폭력 행사만 부각시키고 공수부대의 폭력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현대사 발전의 원동력을 미국의 원조에서 찾는다거나 과거 회귀적 냉전 인식, 이분법적 좌우대립 인식도 현대사 부분에서 발견된다고 했다.

하일식 회장은 "현재의 교과서 논란은 보수-진보, 좌우의 이념 대립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는 상식, 역사 정의와 가치관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는 "학생들은 역사를 통해 단순 지식만이 아니라 교훈을 얻고 올바른 국가관·사회관·시민의식을 함양한다"면서 "하지만 이 교과서는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진 전도된 가치관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했다.

그는 "21세기 한국은 보편적 휴머니즘과 정의를 바탕으로 민주·복지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청소년은 이런 가치관을 습득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교육의 현장에서 전도된 가치관이 확산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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