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2일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시청광장 천막당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박 대통령이 대선 때 통합의 정치, 100% 대한민국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야당에게 항복을 받으려는 그런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추석이 앞으로 다가왔는데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추석에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여기 천막당사에 와서 직접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도 국민들에게 대인의 풍모를 보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청와대 회담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안 의원은 또 "특히 대통령은 민주주의 수호자다.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일이 생기면 여야에 앞서서 우선 문제의식을 갖고 책임 있는 자세로 조처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민주주의 근간을 지키는 일은 여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치는 소통하는 것인데 마치 지금 정국은 항복을 받으려는 입장인 것 같다. 이래선 안된다. 여야 정치가 복원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한길 대표는 "우리 당의 문제의식에 안 의원이 뜻을 공유해줘서 감사하다.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된다는 데 같은 생각을 해줘서 우리에게도 큰 힘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김 대표는 "요 며칠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갈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명분 하나도 필요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돌아갈 명분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집권세력의 확고한 의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겨냥, "박 대통령이 만약에 유감스러운 일들이 있기는 했으되 내가 집권 기간 동안에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하게 제대로 세워놓겠다고 얘기하면 나라에 얼마나 좋은 일이겠냐. 누구에게도 손해 가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손해가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나는)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안다든가 하는 게 아니다. 만나서 어떻게 문제를 풀고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박 대통령 순방 후 대화분위기가 있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안 의원과 김 대표는 정국 현안 외에 김 대표의 노숙생활 등에 관한 대화도 나눴다.

안 의원은 김 대표에게 "갑자기 날씨도 추워지고 소음 때문에 잘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동에서도 안 의원은 김 대표의 건강을 걱정하며 "얼굴이 안 좋아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안 의원은 김 대표에게 "추석이 가까워 오는데 명절도 여기서 보내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귀마개 하고 수면제 먹고 그래야 잔다"며 노숙농성 17일째 수면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상황, 국가기관이 선거나 정치에 개입하는 상황, 이런 심각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으면 모기나 더위나 추위나 비바람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 밖에 안 의원은 김 대표에게 "국민을 보는 정치를 해야 하는 데 국회에 등원해 여의도에 있으니 국민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국민과 만나야한다고 생각했다"고 국회 입성 후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안 의원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중심 역할을 기대한다"고 덕담을 했다.

한편 안 의원은 김 대표와 헤어진 뒤 취재진과 만나 "민생을 위해 국회가 열려야 한다. 대치정국 때문에 국회가 공전하는 것을 옳지 못하다. (대치정국 해소에)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향후 방침을 밝혔다.

이후 안 의원은 서울시청광장을 벗어나면서 인근에서 농성 중인 정의당 천호선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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