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 병사가 몰래 훔쳐가 현재 미국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문정왕후의 어보가 한국으로 돌아온다.

어보를 소장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은 현지시간으로 어제(19일) 어보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한 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과 민주당 안민석 의원 일행에게 어보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혜문 스님과 안민석 의원, 경희대 김준혁 교수 등을 맞은 프레드 골드스틴 박물관 수석 부관장은 "어보가 한국의 종묘에서 불법으로 반출된 사실이 분명하므로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골드스틴 부관장은 빠른 시일 안에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반환 일정과 방식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LA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어보가 종묘에서 불법 반출된 것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인 증거와 자체 조사를 통해 밝혀졌으므로 한국에 반환하기로 했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어보는 빠르면 올해 안에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중종의 두 번째 왕비인 문정왕후의 어보는 지난 2000년 LA카운티박물관이 경매 시장에서 사들여 소장해왔다.

미국 공공 박물관인 LA카운티박물관이 소장품을 장물로 인정하고 자진해서 반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어보는 조선 왕실에서 각종 궁중 의례 때 쓰던 도장으로 종묘에 보관되어 있었지만 한국전쟁 때 미군 병사가 무려 47개나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47개 가운데 4개는 미국이 한국에 반환했지만 LA카운티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정왕후 어보를 뺀 나머지 42개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문정왕후 어보는 거북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금장 도장으로 도장을 찍는 면에는 문정왕후의 존호인 '성열대왕대비지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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