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엔 문의전화 잇따라…"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 수밖에…"

북한이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21일 갑자기 상봉행사 연기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60여 년간 헤어져 있던 가족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던 이산가족들은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에 '인륜을 외면한 처사'라며 울분을 토했다.

남측 상봉 대상자 가운데 최고령자로 이번에 동생들을 만나게 되는 김성윤(95) 할머니의 아들 고정삼(66)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머니가 소식을 듣고 너무나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 씨는 "이런저런 선물도 잔뜩 사놓고 기다렸는데 북한이 일방적으로 저러니 그 서운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라며 "북한이 지금 대가를 바라고 저러는 것 같은데 혈육을 만나는 데 대가가 어디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보고 싶을 때 보고, 그리울 때 봐야 하는데 도대체 이처럼 못된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라며 "상봉행사가 빨리 재개되면 좋겠지만 하루 이틀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얼굴조차 보지 못한 헤어진 아들을 만날 예정이었던 강능환(92·서울 송파구) 할아버지는 "한번 꼭 만나고 싶었는데 상봉이 연기되게 생겼다니 너무나 섭섭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강 할아버지는 "아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상봉할 수 있게 어떻게 좀 빨리해줬으면 한다"라고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딸과 동생 두 명을 만나기로 했던 박운형(92·경북 경산시) 할아버지의 아들 박철(60)씨는 "이런 식으로 해서 얼마나 득이 있는지 몰라도 인륜적으로 많이 섭섭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버지는 지금까지 수십 년도 기다려왔기 때문에 담담해하신다"며 "이번에 북측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측면이 있지만 직접 만나서 조부의 제삿날을 꼭 묻고 싶었는데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까지도 기다려왔는데 일희일비해서는 안 될 것 같다"라며 "아버지가 아직 건강하시니 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행사 실무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한적)도 최종 준비·점검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나온 예상치 못한 북한의 발표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발표 소식이 전해진 뒤 한적에는 사실 여부를 묻는 상봉 대상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한적은 일단 통일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 정해진 방침에 따라 상봉 대상자들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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