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애초 25일로 예정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하며 남북관계가 급랭함에 따라 청와대의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번 추석을 전후로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제의한 것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면서 실현 직전단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하지만 북한 측이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고 있다며 상봉의 일방연기를 통보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 상봉으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 국면이 깨질 것을 우려해서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큰 관심을 기울여왔던 사안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2년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나 '이산가족 정례 면회소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관련해 남북 양측의 회담을 직접 챙겼으며 북한의 일방 연기통보 이후 국가안보실로부터 관련내용을 보고받고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으로 청와대는 북한의 연기 통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2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꼭 성사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밝힌 이후 추가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없는 그야말로 인도적 차원의 행사라는 점을 북측에 차분히 상기시키면서 태도변화를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무산되더라도 박 대통령은 대북관계에서 기존의 '원칙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북한이 상봉행사를 무기연기한데는 금강산 관광재개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의 의도대로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 관광 관련 회담을 연계하는 등 양보의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등으로 대화 국면에 접어든 남북 관계가 상봉행사 무산이라는 돌부리에 채여 일시적 냉각기를 맞더라도 대북원칙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원하는 게 뻔하지만 그대로 들어줄 수 없는 사안"이라며 "대북문제는 확고한 원칙과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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