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서민 금융 안정을 위해 고정금리대출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최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잔액 기준)은 23.0%로 6월 말 23.2%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낮아진 것은 2011년 5월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9.5%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을 밀어붙여 1년 만인 올해 1월 20.7%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이 변해도 서민층의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고정금리형 대출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2016년까지 전체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 시장은 금융당국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형 대출이 더 유리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은 다시 변동금리형 대출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고정금리인 적격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반년 전인 3월 28일 2.51%였지만 이달 17일에는 3.15%로 0.74%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수익성 확보를 위한 은행권의 디마케팅(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까지 겹치자 한때 최저 3%대 후반까지 내려갔던 적격대출 금리도 이달 13일 4.34∼5.05%(비거치식·10년만기 기준)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변동금리 가계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는 3월 15일(2월 코픽스) 3.38%(잔액 기준)와 2.93%(신규취급액 기준)에서 이달 16일(8월 코픽스) 각각 3.02%, 2.62%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각 은행의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 또한 신규취급액 코픽스 연동대출(6개월 변동 기준)이 3.3%대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되자 고객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내년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어 아직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할 수 있지만, 금리가 다소 오르더라도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므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아볼 만하다는 해석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받은 이후 변동금리로 이자를 내는 혼합형 상품에 눈길을 돌리는 고객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가 바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변동금리가, 장기적으로는 고정금리가 유리해 보인다"며 "일단 혼합형금리 대출을 받은 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지는 시점의 상황을 봐서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것도 대안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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