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선거 정치거물 내세워 여야 자존심 대결

‘10.30 재·보궐 선거’가 경기 화성시갑과 포항시 남구·울릉군의 2곳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10월 재, 보궐선거가 정치권의 경색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 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예상과는 달리 작은 '선거'로 치러지지만 여야의 거물급이 맞붙는 '빅 배치'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이번 보선이 박근혜정부에 대한 조기 심판무대가 될 것 이기 때문이다. 당장 경기 화성갑에 '친박그룹'의 좌장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민주당에서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한 거물급을 내세운다면 이번 선거는 크기를 떠나 확대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재 보궐선거가 당초 10곳의 선거구에서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2곳으로 줄어들게 됐다.결국 정치권의 관심은 내년 6월 지방선거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에 확정된 재보선이 열리는 2곳 모두는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만큼 여당을 제외한 정치권이 재보선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재보선 판이 좁아지면서 2곳 모두 여권의 공천경쟁이 과열되자 새누리당이 다음 달 30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10곳 안팎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10·30 재·보선이 텃밭이나 다름없는 경기 화성갑, 경북 포항 남-울릉 두 곳에서만 치러지는 미니선거가 됐기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의 별세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경기 화성갑 공천은 이번 재·보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화성갑 공천 경쟁에 뛰어들면서 작지만 큰선거로 정치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당초 서 전 대표는 자신의 연고지인 충남 서산·태안 지역 재보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재보선 지역구가 축소되자 화성갑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후문이다. 만일 서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할 경우 김무성 의원의 당권 장악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여당내의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공모 마지막 날인 16일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했다. 김성회 전 한나라당 의원, 고희선 전 의원의 장남 고준호 씨, 최지용 전 경기도의회의원, 홍사광 전 유엔 평화대사 등 5명이 경합하게 된다.새누리당 보궐선거에 경합을 신청한 타 후보들은 서 전 대표가 공천경쟁 가세하자 반발을 하고있는 상황에서 당의 입장은 당장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서 전 대표 공천 문제로 여권이 고민하는 이유는 “현 정권에서 서 전 대표가 갖는 위상 때문에 공천했다가 패할 경우 당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부담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권 창출의 공이 큰 서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감안하면 청와대가 대놓고 공천에 반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 주 당에서 실시할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에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화성갑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민주당은 본래 오일룡 지역위원장을 출마시킬 계획이었으나, 손 전 대표를 내세워 서 전 대표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당내 목소리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손 전 대표는 함구무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치러지는 2곳이 새누리당 텃밭이어서 거물급 인사를 내세우지 않는 한 사실상 선거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친박의 대표주자인 서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민주당 역시 대표선수를 내세워야 한다. 박 대통령 취임 7개월을 심판하는 선거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쪽은 10월 재보선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손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손 전 대표가 “25일 귀국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29일 정오께 귀국할 예정인 손 고문은 입국장에서 향후 자신의 행보와 관련한 귀국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거의 참여 유무는 알수가 없다.

손 전 대표측에 따르면 현재까지로는 10월 재보선 보다는 지난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저녁있는 삶'에 대한 구상과 독일의 정당제와 총선 등을 보고 느낀 점에 대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 전 대표가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도 손 전 대표 카드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10월 재보선 지역구가 2~3곳에 그칠 경우 선거전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손 전 대표간의 연대설도 관심 포인트다. 지난 대선 기간 부터 손 전 대표와 안 의원간의 연대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기때문이다.

연대설은 손 전 대표의 후원회장이었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 의원 씽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으면서 더 극대화 됐다. 그러나 손 전 대표가 유학 도중 민주당 중심의 야권 재편 언급과 최 교수의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 사퇴로 인해 연대설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그 분이 어떻게 생각하시는 것도 중요한데 아마 귀국하면 현실 정치인끼리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새 정치에 동참하시는 분들과는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 보선에서 빅 매치가 성사될 경우, 야당 입장에선 박근혜 정부 7개월의 공과를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또 3자 회담 결렬과 민주당의 장외투쟁 강화 등 정국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향후 정국 흐름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 물론 패할 경우엔 정국 타개를 위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데다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 역시, 서 전 대표가 패할 경우 당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한편 경북 포항 남-울릉에서는 14명의 후보가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춘식 전 의원,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용운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김순견 새누리당 포항 남-울릉 당협위원장,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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