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50대 남성이 38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박종택 부장판사)는 1975년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던 최명규(5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해 무효라는 지난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라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에 이어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해 저항한 피고인의 헌신과 노력에 힘입어 뒤늦게나마 무죄를 선고해 천만다행"이라며 "이 판결이 피고인이 그동안 겪은 고통에 위로가 되고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학생이던 최씨는 1975년 5월 22일 오후 '독재타도', '유신헌법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대 관악캠퍼스 도서관 앞 광장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진출, 경찰과 대치해 시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서울대 도서관 앞에서는 학생 400∼500명이 모인 가운데 같은 해 4월 11일 유신독재에 항거해 할복자살한 서울대 농대생 김상진(당시 26세) 씨의 추모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유신헌법 철폐를 주장하는 반독재 선언문 낭독 등을 했다.

최씨는 지난 7월 23일 재심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같은 달 30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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