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는 민주당의 영원한 '구원투수'인가

10월 재보선에서 박 대통령의 남자인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였던 서청원 의원의 대항마로 꼽고있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29일 8개월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과거 선거 때마다 당의 '구원투수'로 잘 알려진 손 고문이기에 손 고문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귀국장에서 가장먼저 쏟아진 질문은 당연히 손 고문의 화성갑 출마여부다.기자들과 정치권의 기대와는 달리 손 고문은 한발 물러섰다. 10ㆍ30 재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저는 지금까지 우리 당과 민주정치가 저를 필요로 할 때 제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계시리라 믿는다며 "그러나 과연 지금의 정치상황이 그 때인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10월 재보선에대한 손 고문의 의사표현이며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귀국 메시지에는 확실한 답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저의 모든 관심은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 구상에 있다"며 보다 큰 정치를 예고했다.이 같은 행보의 속뜻은 향후 유동적인 야권 환경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손 고문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내용을 굳이 확대해석할 이유는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고문이 "선거를 회피하거나 선거를 왜곡하는 일은 당당한 정당과 민주주의의 길이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긴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이 강하게 요청할 경우 경기 화성갑 지역구에 나설수 있다는 희망섞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민주당은 손 고문에게 출마를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고있다.당 공천심사위원장인 박기춘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서 손학규 고문의 ‘차출론’과 관련,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해 손 고문의 출마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또 손학규 고문과 가까운 당내 의원들 중에서도 손 고문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는 상황이다. 이춘석 의원은 통화에서 "손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나오는 것에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번 선거가 여야 대치점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와도 정국의 주도권을 꼭 잡는다는 보장도 없고, 좋은 결과가 안 나오면 민주당으로서는 더욱더 입지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금의 처지로서는 당 지도부가 손 고문에게 구원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10월 재보선이 2곳으로 치러져 ‘초미니’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2곳 모두 새누리당에 완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하지만 만에하나 손 고문의 출마로 국민들로부터 재보선의 관심을 모으고 거물과의 경쟁에서 승리마져 낙아챈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여당과 청와대를 압박 할 수 있는 카드로 충분히 활용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야권의 핵으로 부상하고있는 안철수 의원쪽이 출마하지 않아 민주당과의 경쟁은 없지만,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새 정부의 집권 7개월을 평가하는 성격이 있는 선거인 많큼 ‘완패’라는 부담은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스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뒷짐지고 있기에는 민주당의 자존심이 아프다. 더군다나 화성갑에는 ‘원조 친박’인 서청원 전 대표가 출마할 예정이기에 민주당이 힘 한번 못쓰고 금빼지 하나를 여당에 상납 한다면 앞으로 정치권에서의 민주당의 입지는 두말할 필요없이 꼬리잘린 맹수와 다름없다. 서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여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외로 크게 작용 할 수 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손 고문은 출마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단 미래를 열어갈 동지로서의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은 적당한 선을 그으며 거리를 두는 듯 했다. 손 고문은 "역대 독일 정부가 연립정부였으며 정치적 동지의 연대 출발은 국민 신뢰를 쌓는 데 있다"며 "안철수 현상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좌절에서 비롯된 만큼 안 의원이 '새 정치'를 정립하고 그 내용을 채우고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정치적인 변수는 언제나 존재한다. 손 고문은 앞으로 있을 안철수 의원측과의 연대설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민주당이 새정치에 걸 맞는 수준으로 혁신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얻고난뒤 안철수 의원측과 야권 대통합 차원에서 창조적 제휴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연대"라는 조건이 성립되면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 여망을 받들어서 ‘정말 혁신되고 사랑받는 민주당’과 ‘안철수측과의 연대에 대하여 내 자신이 창조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뿐만 아니라 안철수 연대 등, 구상과 관련해서는 내달 8일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산하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내달 8일 참석해 기조발제를 할 예정이다. 

손 고문의 측근인 김영철 대표는 “심포지엄에서는 정책적인 면이 부각될 것이다. 손 고문은 독일에서 6, 7개 분야의 공부를 했다. ‘복지, 통일, 노동, 에너지, 교육 등을 토대로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구상을 30분 간 기조발제를 하고, 기념식 인사말을 통해 중장기적인 정치적 거취를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재보선 후보등록일(10~11일) 직전에 치러지는 것이어서, 여야의 관심은 물론 모든 정치권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가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화성갑의 공천을 잠시 뒤로미루고 포항 남울릉쪽을 먼저 결정하고 화성갑의 공천은 어차피 여야의 거물들의 자존심 대결로 펼쳐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자 손 고문의 행보를 염두에두고 재보선 후보 등록마감일 직전에 공천 대상자를 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최근 여당 내에서는 '원조 친박'인 서청원 전 대표의 전략공천설이 급부상한 바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서청원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현재의 정국 경색을 푸는데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여당역시 복잡한 생각이 들기마련이다. 판이 커지는데 대한 부담이 뒤따른다. 한편으로는 비(非) 서청원으로 공천이 가는 경우수가 나온다면 다소 부담을 덜 수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 거물들인 “서청원과 손학규가 맞대결을 펼친다면  재보선 의미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여당으로서는 진영 장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파문 등으로 상황이 어려운 마당에 굳이 재보선 의미를 키울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번 재보선 선거는 작지만 결코 작다고 볼수없는 큰 선거로 몰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거물들의 귀환이 말해주듯 이번 재보선의 의미는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2석 확보한다는 차원은 아니다. 여당은 두곳 모두 이겨도 본전이지만 야당으로서는 절반만 성공해도 꽁꽁막힌 현 정국을 푸는 황금열쇠를 손에쥐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여당의 일방적인 승리냐 야당의 절반의 승리냐가 이번 재보선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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