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가고 시나브로 봄이 온다. 늘 같은 풍경, 도심 속 우리 아이들에게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엄마, 아빠도 아이였던 때로 돌아가 봄의 생동감을 느끼고 싶다. 바다를 지척에 둔 산골마을, 장기의 봄을 소개한다.

초롱구비마을에서 숯부작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디딜방아 찧기 등 모처럼 여유롭고 푸근한 한 때를 보낸다. 천년 역사를 간직한 영일장기읍성을 따라 걸으며 영일만 전경을 가슴에 품고 일출을 맞이한다. 근처 밭과 언덕엔 온통 산딸기 나무다. 5월이면 ‘장기 산딸기 축제’로 조용하던 마을이 들썩들썩 거린다. 양포항에 들러 유명한 아귀요리를 먹고, 돌아가는 길은 동해안 해안 드라이브로 마무리. 모처럼 만에 주말을 자~알 보낸 듯 하다.

산서리 초롱구비마을에서 팜스테이

영일만 최남단 장기면은 작은 농촌마을이지만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천년 동안 동해안을 지켜온 영일 장기읍성이 있고, 장기읍성, 대원군척화비 등 필사항전의 유적이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다. 우암 성시열, 다산 정약용 같은 석학들의 유배 지이기도 해 자연스레 선비정신이 배여있다. 이 곳에 하늘비가 내려 굽이굽이 산자락과 계곡을 돌아 흐르는 초롱구비 마을이 있다.

산나물과 들꽃들이 철 따라 피고 지고, 산골짜기 가재가 살며,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울타리로 심겨진 대나무를 가마에서 숯으로 구워내고, 야생화 단지에서 채취한 야생화를 가지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나만의 숯부작’을 만들어 본다. 고운 빛으로 물들인 손수건을 만드는 천연염색 체험도 해보고, 두 사람씩 호흡을 맞춰 디딜방아도 찧어본다. 구수한 시골밥상으로 배를 채우고, 산새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감나무집, 산약초캐는집, 소키우는집... 민박집 인심이 이름만큼이나 따뜻하다. 체험 및 민박 문의 :http://chorong.9b.go2vil.org 관리자 011-9591-7600

장기면 산서리 소개
산과 계곡을 따라 형성된 새터, 서화, 월산 세 마을을 합쳐 산서리라 한다. 서화(瑞花)는 매화나무에 얽힌 전설에서 「상서로운 꽃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 이 마을 총각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어여쁜 선녀를 만났다. 두 사람은 금방 정이 들어 함께 놀다가 해가 저물어 헤어지게 되었다. 선녀는 나무꾼에게 정표로 나뭇가지를 하나 주며 집에 가서 흙에 꽂으라고 했다. 총각은 선녀가 시키는 대로 나뭇가지를 흙에 꽂아 두었다. 이듬해 봄이 되자 나뭇가지에 매화꽃이 만발하였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매화나무가 있던 자리를 신성하게 여기고 그 터에 정자(지금의 서화정)를 지어 후손들에게 전했다.” 월산(月山)은 초승달이 산을 지나 다시 나타난다는 함월산(含月山)에서 유래되었다.

♣ 찾아오는 길
서울→중부내륙고속(경부)→금호분기점→대구도통JC→대구·포항간고속도로→31국도(구룡포방향)→포스코본사사거리 2.10km→14번국도 3.70km→포항시남구 오천읍 0.04km→14번 국도 0.06km→포항시 남구 오천읍 0.04km→0.57km→2.17km→산서리 도착

장기 산딸기 축제

장기는 국내 3대 산딸기 생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해안선을 접하고 있는 준산간지역에다 토지 및 일조량 등 성장 여건이 산딸기 재배에 딱 알맞기 때문이다. 여기다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산 그대로 생산하기 때문에 산딸기 고유의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다. 초등학교 울타리가 산딸기 나무여서 학교 가는 길에 한 움큼 산딸기를 따먹을 만큼 마을 곳곳이 산딸기 밭이다. 산딸기 나무를 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산딸기 밭 풍경은 신기하고 낯선 광경일 것이다. 축제 기간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방문해도 좋은 곳이지만, 산딸기 수확이 절정에 달할 때쯤 산딸기 축제가 열린다. 싱싱한 산딸기를 산지에서 직접 구입하고 복분자 와인, 복분자 쨈 등 갖가지 산딸기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산딸기(약제명으로는 복분자)는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성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좋다. 야뇨증, 당뇨병에도 뛰어난 효능이 있다. <구입문의> 수성 산딸기 작목반 : 054-276-0810 양포 산딸기 작목반 : 054-276-0221

♣ 산딸기에 얽힌 재미난 옛 이야기 하나
명나라에 만력제라고 하는 황제가 있었습니다. 봄이 되면 접행놀이(나비놀이), 여름이 되면 형행놀이(반딧불놀이)를 즐겼습니다. 연못에 배를 띄우고 배에다 부채를 든 궁녀들을 태우고 황제는 갈대 초롱을 열어서 반딧불을 날립니다. 반딧불이 한 부채 위에 앉으면 그 궁녀가 그 날 밤 영광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자니까 황제는 끝없이 정력을 충전해야만 했습니다. 용후산 아래에 사는 잉어를 죽지 않을 정도로 몽둥이로 때리면 눈물을 흘리는데 이 눈물을 받아먹으면 정력에 좋다고 해서 그것까지 먹었습니다. 주둥이가 긴 병 속에 고기를 넣고 여우에게 주면 먹지는 못하고 침만 흘리는데, 그 침이 바로 호미입니다. 그것을 빨아먹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아서 밤마다 산딸기를 한웅큼씩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뭐가 제일 좋다는 얘기인가요? 바로 산딸기죠. 그 산딸기를 일명 복분자라고 부릅니다.

1000년 역사의 발자취, 영일장기읍성 따라 걷기

장기면사무소 뒤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새 앞이 탁 트인 고지가 나오고 성곽이 드러난다. 길 양옆으로 산딸기 밭이 펼쳐져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장기읍성 성곽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황토 땅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 있다. 가족과 연인과 손 잡고 다정히 거닐기 좋은 곳이다. 꼭대기에 외로이 서있는 느티나무가 성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좀 아찔한 맛이 있긴 하지만 성 곽 위에서 내려다보는 연두빛 들판과 동해바다의 장관은 일품이다.

장기읍성(국가지정 사적 386호)은 일찍이 동해안을 지켜온 중요한 군사기지이다. 고려 때 처음 이 성을 쌓았는데 동쪽으로 왜적을 막고 북쪽으로 여진족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려사」「신증동국여지승람」등 기록에 따르면, 고려 현종 2년(1011) 당시 흙으로 성을 쌓았고 조선시대에 와서 다시 돌로 성을 쌓았다고 한다. 성은 타원형으로 둘레가 1440m이다. 성 안쪽으로 장기향교와 마을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현재 장기읍성의 역사적, 문화적 보존을 위한 복원이 더디지만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장기면은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이 유배온 곳으로 그 정신세계가 녹아있는 곳이다. 성 안 장기향교, 장기척화비와 죽성재(읍성 탈환에 공을 세운 정유서와 유록 두 형제의 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짐),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의 사적비(장기 초등학교) 등 곳곳에서 마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양포항

양포항을 본 기자가 “아... 생업의 바다도 세련될 수 있구나.”란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국토해양부가 어촌어항복합공간으로 선정해 바다위에 해상공연장을 짓고 해상요트계류시설, 해변산책로 등을 조성하여 새로운 휴식 관광지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배모양 화장실, 문어 모양의 급수대, 반딧불 가로등, 아기자기한 광장 등 눈을 크게 뜨고 보면 곳곳에 재미가 숨어있다. 바다를 둘로 나누어 놓은 듯한 방파제는 걷고 싶은 산책길이도 하지만 ,바다낚시터로도 유명하다. 방파제 끝에는 작은 빨간 등대가 세워져 있다. 양포항 주변으로 생아귀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양포항은 원래 문어와 아귀의 주생산지로 유명한데, 그 생아귀탕 맛을 보러 일부러 그 곳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동해안 따라 드라이브

포항으로 돌아가는 길엔 양포항 ~ 구룡포 ~ 대보 ~ 동해로 가는 해안길을 따라 달려보라. 바람을 맞으며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 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머리도 가슴도 시원하게 뚫린다. 출출해지면 어촌마을 어디에 멈추어도 싱싱한 회와 수산물을 먹을 수 있다. 낙조 전망대, 독수리 바위, 하선대,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 군락지, 장군바위, 구룡소, 매바위, 양포항, 소봉대가 숨은 그림 찾기 하듯 해안 드라이브 길 곳곳마다 나타난다. 아래에서 위로 달려야(양포항 → 대보) 바닷가 차선으로 바다를 더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이대로 포항을 나오기 아쉽다면

대보 호미곶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호미곶엔 100년 동안 영일만 바다 길을 비추어온 호미곶 등대, 바다에 오른손 · 육지에 왼손 상생의 손,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 1만명분 떡국솥, 국립등대박물관, 노오란 유채꽃 단지와 청보리밭 등 왁자지껄한 명물이 많다.

구룡포항 위판장 & 일본인 가옥거리
구룡포항에선 갓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즉석에서 구입하고, 새벽 위판장의 살아있는 활기를 느낄 수 있다. 큰 길 건너엔 1920년대초 형성된 일본인 가옥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거리가 있다.

오천 운제산 & 오어사
오어사는 운제산 산자락을 병풍처럼 두르고 오어지를 앞에 둔 그림같은 사찰이다. 강 같이 큰 호수 오어지는 푸르다 못해 진청색 빛깔이다. 이 곳을 방문하는 누구나 오어지의 신비로운 매력에 푹 빠진다. 오어사는 신라 26대 진평왕대에 창건된 사찰로 원래는 항사사라 불렸다.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 곳에서 수도할 때 법력으로 개천의 고기를 생환하도록 시합을 하였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살지 못하고 다른 한 마리는 살아서 힘차게 헤어쳤다고 한다. 그러자 그 고기를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고 하여 그때부터「나 오(吾) 고기 어(魚)」자를 써서 오어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보물 제1280호인 오어사 범종을 비롯 경북 문화재자료 제88호 대웅전 등 문화재 감상은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