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투구 첫 공개, 명성황후 시해현장에 있던 소반까지

일본 국립박물관에서 도난품으로 추정되는 조선 왕실 물품을 전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시작된 '조선시대의 미술'이라는 기획전시전에서는 고종이 사용하던 것으로 알려진 투구를 비롯해 왕실 물품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미술 기획전’으로 이날 공개된 20건의 유물 가운데 10건이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이어서 도난품 전시 논란을 낳고 있다.

▲ 1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전시된 고종의 것으로 추정되는 왕실 투구의 모습.     © 연합뉴스 제공

일본인 사업가인 오구라는 도굴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문화재를 무차별 수집한 인물로 알려졌다. 오구라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에서 다수의 문화재를 수집했고 그가 사망한 이후 아들이 문화재 1천40점을 1982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현재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규약은 도난품 등을 기증받거나 구매하면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이날 도쿄 박물관을 방문해 "박물관으로부터 왕실 물품이라는 사실은 확인받았고 시기 등으로 미뤄볼 때 고종이 사용하던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혜문 스님은 "왕실물품은 궁내청이 관리하던 것이고 개인이 소장할 수 없는 것인데 도쿄박물관이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았다면 도난품이라는 정황을 알면서도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물관을 함께 방문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은 “박물관의 반입 경위를 조사해 밝히도록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며 “양국의 신뢰 및 우호 증진 차원에서도 일본이 성의있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 측은 이날 새로 공개된 유물 내용을 파악해 필요한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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