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실종 사건은 친노 진영과 민주당 내부 역학구도를 송두리째 바꿀 가능성마저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이 불거지면서 친노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문재인 의원의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에선 문 의원이 ‘대화록 공개’라는 초강수를 두는 바람에 당이 곤경에 빠졌다는 불만이 크다.

친노 진영 내부에서도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대화록 공개는 안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의원이 지금이라도 명확하게 진상을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며 “자꾸 미적거리다간 친노 진영은 물론 민주당까지 더 깊은 늪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대화록이라는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친노 진영이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노 진영에서도 “문 의원이 대화록 실종 사건 때문에 치명타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잖다.

대선 패배 충격파에서 겨우 빠져 나오고 있던 친노 진영도 다시 한번 존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비노(非盧) 진영에선 “문 의원과 친노가 책임져야 한다” “왜 친노가 민주당까지 늪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거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로 잠복해 있던 친노 대 비노간 갈등이 또 다시 폭발할 듯한 기류다.

이번 사건이 친노 진영의 세력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친노 진영의 차세대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조기에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정부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록 논란에서 자유롭다.

안희정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재선(再選)이 당면과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물밑에선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각계 인사들을 만나는 등 본격 뛰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

친노 진영의 한 의원은 “이미 안 지사 지지파가 상당수 있다. 문재인 의원이 상처를 입는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문 의원과 안 지사의 경쟁구도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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