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하 보호관)은 서울대공원 공무직(무기계약직) 신규 임용자가 작성하는 보안서약서 내용이 업무의 성격과 맞지 않게 과도하고, 공무직 등이 근무 환경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신청인인 서울대공원 공무직 직원 오모씨은 지난 6월 서울시 인권센터에 서울대공원이 공무직 신규임용자들에게 법적 근거없이 보안서약서를 강요하고 있고, 공무직과 기간제근로자들에게 대기실이나 샤워시설을 마련해 주지 않은 채 비닐하우스 등에서 옷을 갈아입게 하거나 노천에 가림막을 설치하여 샤워를 하도록 하는 등 부당한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를 신청하였다.

보호관은 조사결과, 서울대공원이 ‘수목초화류관리’ 등 현장근무를 담당하는 공무직 신규임용자 전원에게 기밀에 대한 아무런 구분없이 “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이적행위”로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반국가적 행위임을 자인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임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 작성 요구는, 공무직의 업무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안전행정부와 서울시의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아도 과도한 내용의 의무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보안서약서는 국가정보원법 제3조,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 제8조,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대통령훈령) 제5조, 보안업무규정 시행세칙(안전행정부 훈령) 제21조 및 제22조 규정에 의거 비밀취급인가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안전행정부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등 운영규정 제14조 제1항에 “장관 및 소속기관의 장은 무기계약근로자 등을 채용하는 경우 별지 제2호 서식의 표준근로계약서와 별지 제3호 서식의 서약서에 의하여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별지 제3호 서약서에는 비밀엄수와 관련하여 “근무 중 알게 된 모든 기밀사항은 계약기간중은 물론, 계약만료 후에도 외부에 일체 누설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만 포함되어 있고, 보안서약서라는 명칭 또한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서울특별시 공무직 관리 규정 제24조(의무) 제3항에 “공무직은 근무기간 중은 물론, 계약의 해지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대공원이 공무직 신규임용자들에게 요구한 ‘신규자 보안서약서’에는 기밀에 대한 어떠한 설명 없이 “본인은 서울특별시(서울대공원) 근무 중 알게 된 기밀은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기밀임을 인정한다”, “본인은 이 기밀을 누설함이 이적행위가 됨을 자각하여 퇴직 후에도 알게 된 제반 기밀사항을 일체 누설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본인은 이 기밀을 누설할 때에는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그 결과 반국가적 행위임을 자인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임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서울특별시 보안업무처리규칙 제25조(퇴직자보안조치)에 의거 퇴직자공무원을 대상으로 보안서약서를 요구해 왔던 것으로 수목초화류관리나 공원시설물관리 등 현장업무를 하는 서울대공원이 공무직의 업무 성격에 대한 고려 없이 공무직 신규임용자들에게 과도한 보안서약서 작성을 요구해 왔다.

이와 달리 서울시 다른 공원사업소인 동부공원녹지사업소와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공무직 신규임용자들에 보안서약서를 따로 요구하지 않고, 근로계약서에 ‘비밀엄수’라는 내용을 포함하여 근로계약서로 일괄처리하고 있다.

보호관은 다만 이러한 보안서약서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와 관련, 과도한 내용의 보안서약서 작성요구가 양심의 자유보호영역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단지 보안서약서를 쓰게 한 것만으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호관은 또 서울대공원 공무직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대기실이나 샤워 시설 등이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과 같은 임시 가설물로 설치되어 있고, 이마저도 시설이 노후한 데다 안전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등 처우에 있어 평등권 차별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대공원 내 열악한 근무환경이 문제가 된 곳은 내근이 아닌 현장근무를 하고 있는 서울대공원 조경과 소속 공무직 36명(여자10명, 남자 26명)과 기간제근로자 26명 등 모두 62명이 이용하는 임시 대기실 및 샤워시설이다. 구체적으로 조경과 내 조경시설팀에 속한 공무직 등은 양묘장내 비닐하우스를 사용하고 있고, 자연생태팀 소속은 자연캠프장과 동물분환경처리장 내 컨테이너박스를, 식물전시팀 소속은 건물 및 비닐하우스, 컨테이너박스를 각각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이 예산부족과 그린벨트인 시설부지의 개발 어려움 등으로 임시시설인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등을 설치 운영해 오고 있지만, 이들 시설이 임시 가설물인데다 일부 대기실과 샤워시설은 난방과 온수 등이 없고, 시설 또한 낙후 되어 있다. 또, 철거대상인 독신자숙소를 공무직과 기간제근로자 대기실과 샤워시설로 임의 사용하고 있는 곳도 확인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대공원 공무직들이 작업장 이동시 트럭 화물칸이나 경운기 화물칸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사례가 목격되는 등 안전과 생명의 위협에 노출돼 있어, 적절한 이동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승현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서울대공원의 열악한 공무직 근무환경 또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합리적 기준에 맞게 개선 할 필요가 있고, 보안서약서 작성 요구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직무에 맞지 않는 과도한 의무 부과로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 다른 기관의 공무직과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살피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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