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CP 불완전판매 전담 특별 검사반 구성

동양그룹 기업어음(CP)과 회사채의 개인투자자 피해 규명을 위한 국민검사가 시행된다.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도입한 국민검사청구의 첫 적용 사례다.

금융당국은 또 비밀리에 불완전 판매 여부를 점검하는 미스터리쇼핑을 투기등급 CP나 회사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국민검사청구심의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금융소비자원 등 600여명의 동양 CP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원은 4만5천여명의 동양 CP 및 회사채 보유자 모두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구했으나 금감원은 일단 국민검사를 청구한 600여명에 대해서만 전수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검사하다 보면 피해 유형별로 분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금감원의 동양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 접수된 1만2천여명의 피해 사례도 적용하면 충분한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불완전판매 전담 특별 검사반을 구성하는 등 검사인력을 대폭 확대해 신속하게 검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다양한 형태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제기했고 CP, 회사채 투자자의 대부분이 개인 투자자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해 금감원이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검사청구제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취임 후 지난 5월 야심 차게 도입했으나 5개월이 지난 단 1건도 받아들여진 게 없다.

이 제도는 200명 이상의 성인이 금감원에 검사를 청구해 소비자 스스로 권리를 구제하는 방식이다. 이번 동양 사태가 국민검사청구가 시행되는 1호인 셈이다.

금융소비자원이 지난 7월에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국민검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CD 금리 담합 심사 때는 국민검사청구 검토 시한인 30일을 거의 다 채웠다. 이번 동양 사태 건은 신청받은 지 1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해 동양 사태 해결을 위한 금감원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CD 금리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사안이라 심사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동양 사태는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어 신청을 받자마자 심의위원이 가장 빨리 모일 수 있는 날짜를 택해 처리했다"고 전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우리가 요구한 국민검사청구의 취지대로 4만5천명 전원에 대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600여명에 대한 전수 조사만으로는 완벽한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감원의 국민검사청구는 수용하되 금융소비자원에 접수된 3천여명이 넘는 추가 피해 사례도 검사를 청구해 전수 조사가 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양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펀드나 보험 등에만 국한됐던 미스터리쇼핑이 투기등급의 CP나 회사채까지 확대된다.

미스터리쇼핑은 불완전판매를 조사하기 위해 감독 당국이 고객을 가장해 판매 창구를 방문하는 것으로, 2009년에 도입돼 펀드나 보험 등 복잡한 금융상품에 시행해왔다.

CP나 회사채는 단순한 구조로 돼 있는데다 고객도 한정돼 있어 그동안 미스터리쇼핑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양 사태로 CP 문제가 커지자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BBB+ 이하, 상습적인 리볼빙 CP나 회사채에 대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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