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식단이 전투력이다”…‘건강 급식운동’ 전개

해군5성분전단 대청함 박태순(왼쪽 둘째) 조리장이 식사시간에 국 염도를 측정해 승조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대청함은 건강급식을 통한 장병 전투력 유지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사진=국방일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 1일 2000㎎(소금 5g) 미만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평균 섭취량은 4791㎎(12g)이다.

나트륨은 신체 저항력을 높여주고 피를 맑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과 신장·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

해군5성분전단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장병들의 건강한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7월 1일 ‘웰빙식단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특히 군수지원함(AOE) 대청함은 나트륨과 인공조미료(MSG) 사용을 최소화하는 급식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해 알토란 같은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 균형 잡힌 영양…싱거워도 맛있네

대청함 박태순(중사) 조리장은 지난 4월부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일반 조리업무뿐만 아니라 함정 급식체계 개선 실무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박 조리장은 매 끼니 각종 반찬의 염도를 측정·게시하고, 승조원들의 선호도를 조사·수집해 일지를 작성했다. MSG 대신 감칠맛을 우려낼 천연 식자재를 손질하고 새로운 식단을 연구·개발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박 조리장은 4월 당시 1일 평균 2900~3000㎎이었던 나트륨 사용량을 5~6월 동안 2100㎎으로 확 줄여 음식을 내놨다. MSG는 단 1㎎도 넣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 먹을거리 제공을 위한 박 조리장의 노력은 승조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대부분이 ‘싱겁다’ ‘맛이 없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 나트륨을 급격히 줄인 게 원인이었다.

박 조리장은 나트륨 사용을 원상복귀한 후 매월 100㎎씩 줄여나갔다. 10월 현재는 2600㎎ 수준이다. 맛은 물론 위생점검, 요리 연구·개발에도 정성을 다했다. 다행히 선호도 조사에서 ‘자극적이지 않다’ ‘예전보다 나은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MSG는 평생 먹어도 건강에 무해하다지만 부식 청구 목록에서 삭제하고 건멸치·표고버섯 등 천연 식자재를 더 청구하고 있습니다. 신세대 장병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메뉴 개발에도 최선을 다해 함정 전투력 유지에 기여하겠습니다”

◇ 매주 수요일 대청함 식당은 ‘국물 없는 날’

대청함은 매주 수요일을 ‘국물 없는 날’로 정했다.
국·찌개·조림 요리에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이유에서다.
또 식판을 없애고 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도록 했다.
자신이 먹는 양을 정확히 알 수 있고, 잔반을 남기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이다.

깍뚜기는 작게 썰어내고 있으며, 배추김치는 납품업체와 관련부처에 나트륨양 조절을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 납품받는 배추김치에는 100g당 나트륨이 340㎎이나 들어 있어 나트륨 과다 섭취 주범으로 손꼽힌다.

대청함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5성분전단 최우수 구내식당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전단 역시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 제공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전단은 지난달 27일 해군작전사령부 예하 함정 조리업무 관계관 200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을 위한 좋은 식습관’이라는 초빙강연을 가졌다.

이어 경남 거제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직원 식당을 방문해 모범적이고 체계적인 급식환경을 보고, 듣고, 확인토록 했다.

전단은 또 지난 14일 진해 군항 충무복지관 소강당에서 급식환경 개선 세미나를 개최, 군 급식환경 발전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조리업무 관계관들은 이를 통해 저염식 웰빙식단의 중요성과 의식개혁의 필요성을 두루 공감했다.

5성분전단 정동석(중령) 군수참모는 “우리 해군은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급식환경이 전투력 유지·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강한 체력이 강한 전투력의 밑거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건강한 먹을거리 제공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한 체력이 강한 전투력 밑거름…육상·함정 전 식당 ‘건강급식’ 바람

해군본부도 나트륨과 MSG 절감을 통한 ‘건강 급식운동’을 육상·함정 전 부대로 전파했다.

이를 통해 1인 1일 평균 섭취량이 6g인 나트륨과 1.5g인 MSG 섭취량을 내년 4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권장량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나트륨과 MSG를 적게 사용하면 기존 입맛에 익숙한 장병들의 식욕이 떨어질 수 있다. 해군은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인위적인 감칠맛이 아닌 식자재 고유의 맛을 활용한 천연조미료 제조법을 개발·교육 중이며, 식당과 지역별로 염도측정기·믹서기·식품건조기를 보급했다.

해군은 건강 급식운동을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부대별 진단·평가를 병행, 성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각급 부대 식당·취사장에는 자체 제작한 홍보포스터를, 인트라넷 홈페이지에는 식약처와 인터넷 블로그에 탑재한 민간 우수 추진사례를 게시해 공감대를 형성토록 했다.

특히 급식인원 100명 이상인 육상 식당 67개소에 책임점검관을 지정하고 식당별로 나트륨·MSG 감량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더불어 장병 설문조사·맛·위생상태 등 전반적인 평가를 거쳐 올해 ‘해군 최우수 구내식당’(Navy Best Cafeteria)을 선발, 참모총장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해군은 내년까지 부대별 식당에 전기오븐 등 조리 개선을 위한 기구를 추가 보급하고, 2017년에는 민간 조리원을 급식인원 100명당 1명 기준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해군본부 석용수(대령) 물자처장은 “장병들의 건강은 부대 전투력과 직결되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이 더 잘 먹고, 더 잘 입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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