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소송 14년만에 승소..광주지법 "日 강제 징용 피해 보상해야"

정부가 피해를 외면하는 동안 힘겨운 투쟁을 이어온 미쓰비시 중공업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국내 법원에서 14년만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광주지법 민사 12부(이종광 부장판사)는 1일 양금덕(82) 할머니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 1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손해배상에서승소 판결을 받고 기뻐하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 회원들.  

재판부는 양 할머니 등 피해 당사자인 원고 4명에게 1억5천만원씩, 사망한 부인과 여동생을 대신해 소송을 낸 유족 1명에게는 8천만원 등 모두 6억8천만원의 위자료를 미쓰비시가 배상토록 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지난 7월 서울고법(신일철주금 상대·배상액 1인당 1억원), 부산고법(미쓰비시 상대·배상액 1인당 8천만원)의 판결 이후 세번째다.

이광종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강제 징용 피해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시민과 양국 정부 사이의 응어리진 감정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부산고법 사건의 경우 원고들이 징용 당시 만 18~22세의 남성이었고 강제노동 기간도 11개월이었다”며 “이번 소송 원고들은 당시 만 13~14세 여성으로 일본이 비준 등록한 조약에도 강제노동이 절대 금지된 대상이었고, 노동 기간도 1년 5개월인 점을 고려했다”고 부산고법 판결보다 배상액이 늘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 할머니들은 지난 1999년 3월 1일 일본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지만 14년여 만에 국내 법원에서는 승소하게 됐다. 미쓰비시 측은 다른 소송 전례에 비춰 이번 판결에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을 함께한 대한변호사협회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는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피해 할머니들의 승소 판결을 지지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본 소송의 원고였다가 2009년 숨진 김혜옥 할머니의 묘소가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후 전남대 용봉문화관에서 시민 보고대회를 열어 판결의 의미를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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