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 국가기관이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극한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한때 거부하고 장외집회를 여는 등 대여투쟁 기조를 다시 강화하고 나서는 한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원샷 특검'을 연결고리로 시민단체까지 포함한 범야권 연대를 추진하면서 정국에 전운이 드리우는 형국이다.

새누리당도 전국공무원노조의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는 동시에 '민주당=정쟁 유발세력'이란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여론전을 한층 강화하면서 '강 대 강'의 대치 정국은 이번 주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소속인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황 후보자의 자료 제출 비협조 문제를 제기하며 "이 상태로는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압박하고 나서 11일 청문회의 파행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10일 밤 보도자료를 내 "황 후보자가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사용내역을 밝혀달라는 위원들의 요구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일부 서면질문에 대해선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면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양건 전 감사원장에 대한 소재 파악이 감사원의 미온적인 협조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자택으로 직접 방문했음에도 응답이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강대강 대치 정국…황찬현 청문회 파행가능성 높아 관련 이미지

준예산 편성 사태 우려

특히 민주당은 특별검사 도입과 법안·예산안 처리를 연계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야권 일각에선 오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 거부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실제 특검과 법안·예산안 처리를 연계한다면, 새해 예산안은 해를 넘겨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간부회의를 소집해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오는 20일까지 상임위별 예산 검토보고서를 의원들에게 배포하고 27일까지 예산안이 예결위에 상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을 각 상임위 수석전문위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野 "공안공무원 개입" vs 與 "좌파공무원 개입"

국가기관 대선 개입에 대한 여야의 시각은 극과 극이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경찰 등 국가기관들이 지난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여론 개입과 조작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들 기관에서 극소수 공무원의 개인적 일탈이 발견된 반면 공무원 14만 명이 소속된 전공노는 SNS뿐 아니라 공식 홈페이지까지 이용하는 등 실제로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대선 개입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이번 주 검찰이 지난 대선 기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사전 입수 및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서상기·정문헌 의원을 소환키로 한 것도 여야 간 대선 개입 공방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검찰이 대화록 미(未)이관 사태 수사결과를 발표할 경우 내용에 따라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진영과 민주당의 강도 높은 반발도 예상된다.

◇정치권 지각변동 주목 = 이처럼 여야 대치로 꽉 막힌 정국에서도 물밑에서는 서서히 정치 구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되는 듯한 양상이다.

10·30 재·보선 이후 여야 모두 당내 역학 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면서 짧게는 내년 지방선거, 길게는 차기 대선까지 내다보는 각 정파 간 이합집산이 감지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잠잠했던 새누리당에서는 서청원 전 대표의 귀환 이후 당권 경쟁이 서서히 불붙는 모습이고, 민주당도 앞으로의 대여 전략을 둘러싼 온건파와 강경파 간 노선 투쟁을 통해 당내 주도권 다툼이 가열될 가능성이 있다.

제3 세력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전국 조직망 가동을 위한 지역 조직책 구성을 마무리하면서 '안철수 신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향후 정치 지형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도로 변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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