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테두리 벗어난 투쟁과 14년 만에 찢겨진 민주노총 설립신고증

   
 
  ▲ 10일 민주노총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에서 본대회를 마친 뒤 을지로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기일을 사흘 앞두고 10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조합원 3만 5천여명이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합법과 비합법을 가리지 않는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99년 노동부에서 받은 설립신고증을 찢어 버렸고, 청계천 전태일다리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노동자대회가 열렸던 서울광장에서 종로5가에서 청계천 전태일 다리로 향하던 을지로 4가에서 갑자기 경로를 바꿔 도로를 점거하며 행진한 것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하청기업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종범 열사의 이름을 외치거나,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광장에서 전태일 열사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합법적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반박근혜 정권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는 3만5천여명(경찰추산 1만7천명)이 참가해 서울광장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 이후 매년 11월에 열리는 노동자대회에 3만여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노총의 신승철 위원장은 “정부가 법과 질서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부정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지만 법 속에 남아 있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만든 선배들과 어른신들께 죄송하지만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와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등으로) 법적인 민주노총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며 민주노총 설립신고증 원본을 찢어 버렸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다리에서 정리집회를 한 뒤 해산했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 정신을 살려 이후 반독재·반재벌 투쟁에 나서겠다”며 “다음달 열리는 시국대회에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대회에서 매년 선정하는 전태일상은 사측의 노조탄압에 반발해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와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오롱 정리해고분쇄 투쟁위원회가 받았다.

이날 대회에는 천영세·박순희·권영길·이갑용·단병호·이수호·임성규·김영훈 지도위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천호선 정의당 대표·이용길 노동당 대표 등 내외빈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본대회에 앞서 건설산업연맹(광화문 영풍문고)·금속노조(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전교조(보신각)·보건의료노조(청운효자동주민센터)·공공운수연맹(서울역)·공무원노조(정부서울청사)가 사전집회를 열었다.

9일 저녁 여의도 문화마당에서는 민주노총 주최로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