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년여 남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15일 포스코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 날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며 정·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이석채 KT 회장과 함께 사퇴 압력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포스코와 KT가 민간 기업이지만 그 동안 정부의 입김대로 회장이 선출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던 것이 배경이다. 정 회장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 이구택 회장의 후임으로 포스코 회장에 올랐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수행 당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초청받지 못하면서 사퇴설이 본격화했다. 당시 이석채 회장도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8월에 열린 박 대통령의 10대그룹 총수 간담회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이석채 회장은 결국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 몰리며 지난 12일 사퇴했다. 정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힐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퇴하지 않았었다. 포스코는 지난 9월부터 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3년만에 이뤄지는 세무조사라 특별 세무조사 성격이 짙다.

정 회장은 이 의장에게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3월 14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새 CEO를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회장은 “사의 배경에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다”면서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업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임기 1년을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포스코 이사회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CEO 선임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CEO후보추천위원회에는 포스코 사내 이사가 배제되고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 현재 포스코 사외 이사는 이 이사장을 비롯해 한준호 삼천리 회장, 이창희 서울대 교수,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 신재철 전 LG CNS 사장, 이명우 한양대 교수 등 6명이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새 CEO는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 심사를 거친 사람 중 이사회가 사내이사 후보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회는 다시 이사회를 열고 최종 선임을 결정한다. 이사회는 최소한 주총 2주 전까지 CEO 후보자를 선정해 공시해야 한다.

사내이사 후보의 자격을 명시한 정관 29조의 3항을 보면 “사내이사는 본 회사의 임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관련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자 중에서 경영 능력이 있는 자로 한다”고 돼 있다. 외부인이 선임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2000년 포스코가 민영화된 이후 아직 포스코 외부 인사가 회장으로 선임된 적은 없다. 하지만 정·재계에서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진념 전 부총리,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포스코 내부 인물로는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을 비롯해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김준식·박기홍 포스코 사장 등이 후보로 꼽힌다.

1975년 포항제철에 입사한 정 회장은 EU사무소장과 광양제철소장, 포스코건설 사장을 거쳐 포스코 회장이 됐다. 지난달에는 임기 2년의 세계철강협회장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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