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글로벌 위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국내 시중은행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15일 한은 본관에서 시중은행장과의 조찬모임을 열고 "최근 자본시장 여건이 좋지 않으면서 (신용공급에서) 은행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경영여건이 우호적이진 않지만, 은행장들이 역할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등 글로벌 이슈로 자본시장이 위축되며 대출 등 은행의 신용공급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각국 은행의 신용공급을 자본시장의 크기로 나눈 자료를 보면 미국이 20% 수준으로 가장 낮고, 한국은 40% 정도 된다"고 했다.

이 수치가 클수록 해당국의 주식·채권 등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장기 투자재원을 어떻게 만드느냐와 중소기업을 어떻게 도울지가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관심"이라며 이 과정에서 은행과 자본시장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열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지명자의 청문회에 대해 "양적완화를 무한정 지속할 수도 없고, 너무 빨리 종료해서도 안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또 옐런이 미국의 대형은행들의 건전성이 과거보다 나아졌으나, 아직 대마불사(정부의 지원을 믿고 큰 은행들이 마구잡이 경영을 하는 행태) 문제는 해결 못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지난 10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와 관련, "정부의 8월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의 효과 지속과 가계대출에 대한 영향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비우량기업에 대한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기업 평가에 대한 신뢰 부족을 꼽기도 했다.

모임에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산업 등 8개 은행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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