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9년도‘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정직한 법조인 링컨』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2009년‘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등장과 함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링컨의 변호사 시절을 중점적으로 다룬 『정직한 법조인 링컨』(마크 E.스타이너/ 임동진, 소화)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폭력의 문제에 대해 균형 잡힌 성찰을 적은 『폭력』(공진성, 책세상), 모국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저자가 사랑에 관한 40개의 우리말에 얽힌 우리의 삶을 풀어쓴 『어루만지다』(고종석, 마음산책), 라디오 피디인 저자가 재즈의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33인을 추려, 그 인물들의 역사성, 음악적 특징, 대표작 등을 소개한 『언제나 재즈처럼』(정우식, 고려원북스) 등이 선정되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아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2009년‘3월의 읽을 만한 책’선정도서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http://www.kpec.or.kr)의 웹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 문학동네
2009.01.28 / 288쪽 / 10,000원

소설가 한창훈은 바다와, 바다를 생존의 터로 여기고 사는 사람들의 대변인처럼 소설을 쓴다. 오랫동안 그래왔다. 무슨 얘기를 써도 한창훈의 글에서는 바다 냄새가 펄펄 난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의 제목 ‘나는 여기가 좋다’ 란 곧 ‘나는 바다가 좋다’ 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소설가 한창훈, 하면 저절로 그 이름 뒤로 바다가 따라다닌다. 우리나라 바닷가 사람들이 어떤 모양새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려면 사실적인 어떤 기록을 뒤져보는 것보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일이 더 실감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어느 장을 펼쳐도 바닷가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환하게 드러나 보이는 이 소설집엔 8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그들은 바다에 친구를 잃고 그 상실과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평생을 뱃일만 하고 살고 있거나, 병이 들어 죽어버린 양식어들을 온 종일 퍼내고 있거나, 생존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배를 팔려고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농부가 자식에겐 농사일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자식들을 교육시켜 도시로 내보내듯이 여기 어부들도 고달픈 뱃일을 대물림하기 싫어 후손들을 육지로 떠나보낸 존재들이다. 어느덧 그들 곁에 남아 있는 건 바다뿐이다. 결국 그들마저 바다를 떠나야할 상황에 처하지만 떠날 수 없거나 어디로도 갈 곳이 없어 다시 섬으로 돌아온 사람들 얘기가 이 소설 속엔 진실을 담고 펼쳐지고 있다. 그들의 삶은 한밤중에 방파제에서 내다보는 등대 불빛처럼 거친 파도 속에서도 반짝인다. 어찌 되었든 살아가는 힘을 바다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펼쳐놓는 생생하고 걸쭉한 입담을 듣다보면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새벽빛처럼 몰려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작가의 바다를 향한 일관되고 고집스러운 의지가 없었으면 이즈음 한국소설에서 바닷가 사람들의 삶이
어떤 형태인지 독자인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작품들이 든든한 이유이기도 하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화염조선
박재광 / 글항아리
2009.02.10 / 357쪽 / 18,000원

우리는 흔히 임진왜란 초반의 패전을 일본의 조총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임란 3년 전인 선조 22년(1589) 7월 대마도주 소오 요시토시(宗義智)가 진상했던 조총을 군기시에 사장시킨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 다네가시마(種子島)의 도주 아들 도키타가는 1543년 조총 1정을 영락전(永樂錢) 200필(疋)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사들였는데, 현재로 환산하면 1억 엔에 상당할 정도의 거금이란다. 이런 노력들이 임란 때 조선 육군을 무력화시켰던 일본 조총 부대의 탄생을 뒷받침했던 것이다. 이때 조총에 주목하지 않은 것은 실수지만 조선이 무기제조의 후진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은 세종 때 이미 길이 14cm로 권총의 원조격인 세총통을 만들었던 화기제조 선진국이었다. 육군은 조총을 앞세운 일본군에게 패했지만 수군이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이순신의 탁월한 전략전술과 함께 조선 수군의 우수한 대형 화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염조선』에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화기들이 여럿 등장한다. 비차(飛車)라고도 불렸던 비거(飛車)도 그중 하나인데 나는 차, 즉 비행기를 뜻한다. 일본측 기록인 『왜사기(倭史記)』에는 전라도 김제의 정평구(鄭平九)란 인물
이 진주성 전투 때 비거를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종 4년(1867)에는 한강 노량진에서는 강 한가운데서 수뢰포(水雷砲)의 폭발시험을 했는데 수뢰포란 바로 시한폭탄형 기뢰(機雷)였다. 얼마 전 영화로 개봉되었던 신기전에 대한 서술도 자세하다. 고려 말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화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이처럼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례들로 풍부하다. 비단 무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조선사의 이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유동하는 공포
지그문트 바우만/ 함규진 / 산책자
2009.01.30 / 311쪽 / 14,000원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속담은 어떤 지각이론을 담고 있다. 그것은 시각이 청각보다 우월하다는 이론이다. 조금 더 비튼다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백 가지 말, 백 가지 설명이 하나의 이미지만 못하다. 백 가지 이야기도 어떤 시각적 이미지로 수렴되지 못하면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근대성을 물의 이미지에 담아 설명했다. 이것은 우리가 통상 근대성에 대해 가져왔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계몽, 이성의 빛 등과 같이 근대성을 표현하는 말들은 오히려 밝은 불의 이미지를 중심에 두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바우만은 말한다. 계몽의 계획은 잠정적인 성공 뒤에 스스로 예측할 수 없는 공포 속에 빠져들었다. 근대적 이성은 온갖 재해와 위험의 공포에서 벗어난 유토피아를 꿈꾸었지만, 오히려 돌아온 것은 더욱 대처하기 곤란한 불확실성이다. 계몽의 계획에 의해 추방된 위험은 계산과 관리의 대상이 되자마자 계산 불가능한 위험의 모태가 되었다. 근대적 이성은 자로 재고 방정식을 세우면서 위험을 배설하는 수로(水路)를 건설하지만, 계몽의 도시 도처에서 어떤 습기나 액체처럼 공포가 엄습하게 되었다. 벽이든 마당이든 아무 곳이나 침투해 들어오는 유동적 액체성, 그 액체적 악마성 앞에서 현대인은 어떤 식으로 조롱당하고 있는가. 세계화와 더불어 더욱 광역화되고 있는 예측불허의 유동성 앞에서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기대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은 이런 주제를 크고 작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펼치고 있는데,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미국 발 금융위기는 이런 이야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폭력 - 비타 악티바06
공진성 / 책세상
2009.01.25 / 146쪽 / 8,500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법안들을 놓고 벌어졌던 연말 국회의 폭력사태, 나아가 용산 철거민 농성현장에서 벌어진 참사와 관련해 폭력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과 관련해, 책세상이 ‘비타 악티바’ 개념사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아야 할 중요한 교양서이다. 이 시리즈는 인권, 시민, 계급, 공화주의 등 현대 세계의 중요한 개념 내지 화두들을 소장 연구자들이 알기 쉽게 1백 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으로 만든 새로운 형식의 교양서로서 주목할 만한데 특히 『폭력』의 경우 그 시의성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폭력이란 무엇이며, 폭력과 비폭력은 어떻게 구별하고 누가 이 같은 기준을 정하는지, 나아가 폭력과 법과는 어떠한 관계에 있으며 민주주의에서 폭력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며, 미래 사회에서 폭력은 어떠한 양상을 띨 것인지 등 폭력에 대해 우리가 궁금해 하고 있으며 알아야 할 의문들에 쉽게 답을 해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성찰을 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모든 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도덕주의적 시각이나, 국가를 유일한 정당한 폭력의 독점자로 보고 그를 기준으로 국가의 폭력은 정당한 합법적 폭력, 그렇지 않은 폭력은 정당하지 않은 불법적 폭력이라고 보는 국가주의적 시각을 모두 비판하면서 폭력에 대한 균형 잡힌 성찰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 추천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녹색희망, 농업의 미래
임상규 / 매일경제신문사
2009.01.20 / 571쪽 / 25,000원

참여정부의 마지막 농림부 장관이었던 저자는 농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는 그의 왕성한 탐구열은 학자로서 잔뼈가 굵은 사람을 쉽게 능가한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자칫 사양산업으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질 뻔했던 농업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혀줄 횃불로 다시 타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 농업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으로부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이르는 광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오랜 공직자 생활로부터 우러난 날카로운 정책 감각이 책 전반에 걸쳐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농업이 미래의 우리 경제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선명한 비전이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가 모아놓은 풍부한 농업관련 자료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서는 농업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없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수록된 다양한 농업관련 자료는 우리 농업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정도의 자료 수집을 하는 데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우리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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