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있으나 결과가 없는 동양사태 책임론..김중수 총재 "한은 책임이란 건 비약"

[중앙뉴스/ 윤지현 기자]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동양사태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고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입법·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양그룹 채권자 울산 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박창홍, 이상선, 배상현)'는 18일 민주당 울산시당에서 '민주당 동양사태 실태조사 특별위원회'가 이종걸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4차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박창홍 대표는 "우리는 투기꾼이 아니다. 동양그룹의 사기판매 피해자"라며 "민주당이 동양사대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과 법원 등 대정부 압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종걸 위원장에게 요구사항이 담긴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 위원장은 "동양사태는 근본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재벌그룹이 계열증권회사를 통해 CP를 분할판매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우선 재무구조가 취약한 재벌그룹이 금융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하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시 부채비율 200%가 넘는 재벌그룹은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어음법 제12조 제2항에 CP의 분할판매가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CP쪼개팔기가 허용되면서 투자자피해가 확대됐다”면서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CP쪼개팔기를 금지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이번 동양사태를 계기로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필요성이 입증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아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설치와 이를 감시ㆍ감독하는 금융소비자위원회의 설치해야 한다며 회사의 영업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고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입법ㆍ발의한다고 밝혔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동양증권 직원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는데 2007년에도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자살 뉴스가 종종 보도됐었다.

특히 베어스턴스에서 리서치를 담당하던 베리 폭스(Barry Fox)는 1999년부터 베어스턴스에서 헌신적으로 일한 사람이었으나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무너져 JP모건에 합병되면서 수천 명의 베어스턴스 직원들이 해고됐다. 베리 폭스는 그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해고된 얼마 후 베리 폭스가 뉴저지 자신의 아파트 29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동양사태에 대한 책임 대상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대 책임자는 당연히 무리하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하고 판매하도록 한 동양그룹 경영진이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기업과 금융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많은 금융기관들이 동양그룹에 닥칠 위기를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동양사태 책임론에서 금융위, 금감원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국세청, 예금보험공사 등도 동양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은은 금융기관 공동검사 및 자료제출권 등의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해 동양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은이 동양증권에 3차례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4년간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금리 기조가 동양사태를 불러 일으켰다는 일각의 '한은 책임론'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김 총재는 "대한민국에서 돈 관련 사고가 나면 다 한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2009년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동양그룹의 탈·불법 경영실태를 확인했지만, 검찰에 고발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당시 국세청 모 국장이 압력을 넣어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예보 역시 동양사태를 짐작하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월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투자자의 소송 가능성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만들어 금감원에 제출했을 뿐, 그 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따진다면 박근혜 정부가 동양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 대통령이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홍기택 회장 등으로 꾸린 '박근혜 경제사단'이 동양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신 위원장, 최 원장, 홍 회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열렸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동양그룹 문제가 청와대까지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처도 하지 않았다.

원인은 충분했으나 그에 따른 결과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문점은 앞서 말한 베리 폭스와 자살한 동양그룹 직원들이 정녕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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