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 창고서 목매 숨진 택시기사 10여일 만에 발견
 
택시기사가 인천의 한 회사에서 목매 숨진 지 10여일 만에 수도검침원에 의해 발견됐다. 

21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지난 20일 오전 9시50분께 인천시 남구 주안동의 한성운수에서 택시노동자 정아무개(56)씨가 숨져 있는 것을 수도검침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정씨가 숨진 장소는 한성운수 노동자들의 상조회 사무실로 쓰다가 폐쇄된 창고다.

발견됐을 당시 정씨는 천장에 목을 맨채 숨져 있었다. 발견당시 시신이 부패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로 보이는 고인의 발밑에서 발견된 오려진 종이에는 "모두 미안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수사를 맡은 인천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오려진 종이 외에는 "별다른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씨가 이혼 후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다는 주변의 진술을 바탕으로 신변비관 자살로 판단하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과 이별하고 자녀와도 연락이 끊긴 채 홀로 지내던 정씨는 거처가 없어 택시에서 자거나 찜질방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정 씨가 몰던 택시는 지난달 31일부터 한성운수 차고지에 세워져 있었고 차 안에서는 A씨의 핸드폰 등 소지품이 발견됐다.

하지만 회사는 정 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바로 사직으로 처리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정씨가 하루 14시간 이상 일을 해도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로 궁핍했으며 사납금을 다 채우지 못해 힘들어했다는 주변 동료들의 증언이 있었다"며 "정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택시회사의 노예계약과 같은 사납금 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택시노조연맹 성진운수분회 대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정씨는 2010년부터 한성운수에서 불법도급 형태인 1인1차제로 근무했다. 1인1차제는 사납금(1일 13만5천원가량)을 회사에 내고 개인택시처럼 운행하는 형태다.

인천에서 가장 큰 택시업체인 한성운수는 월급제를 시행하다 2008년부터 사납금제로 바꾸고, 1일2교대였던 근무형태도 1인1차제로 변경했다.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한 달 76만원에 불과한 월급에서 추가로 공제하기 때문에 정씨는 마이너스 임금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1인1차제의 경우 같은 회사 소속이어도 도급기사나 다름없이 일하기 때문에 동료들도 정씨의 죽음을 알 수가 없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성명을 내고 "한성운수는 고인과 유족에게 깊이 사과하고 충분한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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