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성향 '역대 최저'…양극화 지표 악화

[중앙뉴스 윤지현 기자] 미래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한 가계가 소득이 늘어난 만큼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불황형 흑자액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6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5.4%) 이후 가장 높아진 수치로 올해 1분기 1.7%, 2분기 2.5%에 이어 점차 증가 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 증가율은 1.6%로 역시 1분기 0.3%, 2분기 1.3%에 이어 오름세를 형성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근로소득이 증가세(3.3%)를 이어가면서 경상소득 증가(2.8%)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공적연금수령액이 7.9% 늘어나면서 이전소득도 4.6% 늘었다.

사업소득은 0.7% 증가에 그쳤고 재산소득은 12.7% 감소했다. 재산소득 감소는 정기예금 이자율 하락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중 평균 3.51%(1년 기준)이던 정기예금 이자율은 올 3분기에 2.79%로 낮아졌다.

퇴직금·경조사 수입 등이 포함된 비경상소득은 4.8% 증가를 기록했다.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월평균 249만4천원으로 1.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1.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올해 1분기 -1.0%, 2분기 0.7% 등으로 점차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실질 소비지출은 3분기에도 -0.1%로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갔다.

지출 측면에선 주거·수도·광열비(6.4%)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전세 대신 월세 가구가 늘어나면서 실제주거비(12.1%)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작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방사능 오염 논란이 확산하면서 수산물 소비가 5.4% 줄었고 농산물 가격 안정으로 채소 및 채소가공품 지출은 8.0% 감소했다. 조미식품 지출도 27.4%나 줄었다.

월평균 교육비 총지출은 33만2천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올랐다.

누리과정 도입으로 유치원비 지출이 44.6% 감소했으며 중학교 운영지원비 폐지로 중학교 교육비 지출이 94.7% 줄어 정규교육 지출은 6.4% 감소했다.

반면 학원·보습교육 등 사교육비는 6.3%나 증가했다.

주류·담배 지출은 월평균 3만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1.5% 늘어 5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담배 소비(-4.4%)는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무더위로 맥주 소비가 10.3% 증가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는 무더운 날씨 속에 제습기 수요가 늘면서 작년 동기 대비 6.5% 증가,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이밖에 의류·신발(0.9%), 보건(3.6%), 교통(3.4%), 음식·숙박(4.6%)은 지출이 늘었고 오락·문화(-0.4%), 기타상품·서비스(-7.4%)는 씀씀이가 줄었다.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80만8천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2.0% 늘었다.

경상조세(5.5%), 연금(4.1%), 사회보험료(5.1%) 지출이 늘었고 이자지출은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작년 3분기보다 3.9% 줄었다. 연금이나 사회보험료가 늘어난 것은 취업자가 증가세와 연관이 있다.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를 주저하는 태도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불황형 흑자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345만2천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1% 늘었다.

소득구간을 5개로 나눴을 때 가장 벌이가 적은 1분위(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0.9% 증가했고 2분위(3.1%), 3분위(3.1%), 4분위(3.9%), 5분위(2.3%)도 모두 소득이 확대됐다.

가계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95만9천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6% 늘었지만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은 72.2%로 1.4%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통계를 전국 단위로 낸 2003년 이후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4분기(71.8%)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소비 여력이 있음에도 일단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부유층일수록 소비를 줄였다.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소득 1분위는 3.3%포인트, 소득 2분위는 2.4%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최상위 계층인 5분위는 1.2%포인트 줄었고 4분위(-2.5%포인트), 3분위(-4.4%포인트)도 감소했다.

소득 양극화 지표로 쓰이는 '소득 5분위 배율(5분위 가처분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5.05배로 악화했다. 지난해 4.98배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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