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한 번 뜨고 지는 것을 하루라고 하면서 사람은 시간을 토막 지어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그려보며 그것을 미래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습니다. 그리고 내일이 없다면, 인간의 생존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서양의 속담에는, “먹고 마시자, 우리가 내일은 죽을 것이다(Let us eat and drink, for we shall die tomorrow)”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일이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사람은 타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일이 있다는 확신 때문에 인간은 어제도 오늘도 괴로운 인생길을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국가백년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국가를 경영하는 ‘큰 일꾼들’이 쓰는 말입니다. ‘보통 사람’은 10년 뒤 쯤을 생각하는 것이 고작일 것입니다. 오늘 열 살인 초등학교 학생이 10년 뒤에는 스무살 성인이 되었고, 50세 장년은 10년 뒤에 회갑을 맞는 노인이 되었을 것이고, 60대는 70대, 80대는 90의 고개를 넘노라고 허덕이고 있을 겁니다.

나라의 앞날을 좌지우지 한다는 사람들이 10년 뒤도 내다보지 못하고 까부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어이가 없습니다. “저런 자들에게 나라를 맡기다니!” 생각하면 가슴 속에 울분이 꿈틀거립니다.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현재’에 날뛰고 있는 자들이 ‘미래’를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한 해가 다 저물어 갑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한 해 동안 정치꾼들이 돕지는 못할망정 건건사사 괴롭히지는 않았어야지!

‘내일’이 없는 자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각의 큰 변동이 없이는 한국 정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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