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작품상 수상..심사위원 측 “흥행보다 사회적 화두 중시”

[중앙뉴스 채성오 기자] 2013 청룡영화제의 마지막 순간, 최우수 작품상에 영화 ‘소원’이 호명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주연배우들을 비롯해 영화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도 눈물을 글썽이며 예상치 못한 수상에 어안이 벙벙한 상황을 맞았다.

▲ '영화' 소원 공식 포스터

지난 22일 오후 8시 55분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소원'은 여우조연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작품상만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소원’은 '설국열차', '베를린', '관상', '신세계' 등의 흥행영화들과 맞붙어 수상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청룡의 선택은 ‘소원’이었다. 총 3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소원’은 시상식의 최다 관왕이자 마지막을 수놓는 진정한 주인공이 됐다.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은 "의외의 결과에 감사하다"며 웃었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소원이들에게 이 영화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제작사 대표의 수상 소감은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조두순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 '소원'은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된 소원과 아이의 가족들이 절망과 아픔을 딛고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휴먼드라마다.

그간 성폭행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은 피해자나 그 주변인들이 가해자들을 찾아가 직접 응징하는 복수의 드라마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소원은 피해자의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되, 감정의 과잉 없이 절제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품상 선정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흥행으로 말하는 대중성도 작품상에 있어 평가기준이 되지만 사회적 화두를 이야기하는 영화가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며 “소원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소통과 치유의 문제를 다루면서 영화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줬다”고 수상배경을 설명했다.

흥행에서는 소박했던 ‘소원’이 영화를 넘어 사회에 대한 큰 울림을 전하며 청룡의 트로피를 받았다. 대종상과 영평상이 각각 압도적인 티켓 파워와 화려한 영상미로 대중성을 더한 '관상'과 '설국열차'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것과 달리 올해 청룡의 결정은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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