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역 광장서 문화제 개최…경찰과 일부 충돌

희망버스 밀양 집결, 송전탑 건설 중단 촉구 시위 관련 이미지

송전탑 건설을 놓고 한전과 반대주민이 갈등을 빚는 경남 밀양에 30일 전국에서 출발한 '희망버스'가 집결했다.

주최 측 주장 2천여명(경찰 추산 1천300여명)에 이르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송전탑 건설 현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한때 경찰과 대치하거나 가벼운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우려했던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50여 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밀양에 속속 도착한 참가자들은 송전선로가 지나는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과 상동면 도곡·여수마을 3곳에 모여 송전탑 현장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저지했다.

경찰은 이날 송전탑 건설 현장 주변 등에 50개 중대 4천여 명을 송전탑 현장 주변 곳곳에 분산 배치했다.

한전도 이미 완공된 송전탑은 물론 공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 등 60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동화전마을에서는 오후 3시 30분께 송전탑 현장에 접근하려는 희망버스 참가자 300여 명을 경찰이 막는 과정에서 한때 심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흩어져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단장면 범도리 96번 현장으로 올라갔다. 이 곳에는 권영길 전 의원 등 울산·경남 민주노총 전·현직 지도부와 통합진보당 당원 등이 함께했다.

상동면 도곡마을에서도 희망버스 참가자 100여 명이 경찰의 경계망을 뚫고 110번 현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현장 바로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가 스스로 하산했다.

상동면 여수마을에서는 경찰과 현장에 접근하려는 희망버스 참가자 300여 명이 1시간 30분 동안 대치했다. 이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경찰과 한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송전탑 공사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 우리가 만날 지는 것 같지만 우리가 한편이고 제가 여러분 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면서 "국회에서 신규 발전소 건설을 국민의 손으로 결정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꼭 통과시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사람의 생명과 삶을 죽이고 자연을 죽이고 도리와 인륜을 죽이는 현 정권을 땅에 묻으러 왔다"며 "여러분이 삽을 들면 나도 삽을 들고 여러분이 낫을 들면 나도 낫을 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오후 7시부터 밀양역 광장에서 희망문화제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를 열었다.

희망버스 참가자와 송전탑 반대 밀양주민 등 1천500여 명이 참석한 문화제에서 백기완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장 (송전탑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고동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는 "밀양 주민이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우기 때문에 우리도 왔다"며 "우리는 손님도, 외부세력도 아니다. 자신의 삶을 지키려고 싸운다. 우리가 밀양이다"고 강조했다.

전북 군산에서 오전 9시에 희망버스를 타고 출발한 김석(55·교사)씨는 "오늘 현장에 와서 경찰이 우리에게 하는 것을 보니 주민들에게 얼마나 함부로 했을지 알 것 같다"며 "주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발전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에 사는 주민 곽정섭(67·여)씨는 "처음 싸울 때는 너무 외로웠는데 전국에서 우리 편이 돼 주고 도와주러 와서 너무 든든하고 좋다"고 말했다.

문화제는 밀양 주민들이 그동안 경찰과 한전 등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상영, 밀양 주민의 합창 등 각종 공연, 자유 발언 등으로 2시간 30여 분 동안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송전탑이 건설되는 마을의 회관이나 농산물 집하장, 주택 등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달 1일 오전 마을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서 밀양시청 앞에서 공사 중단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문화제를 마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행사장인 밀양역 광장에서 200여 m 떨어진 한전 밀양지사 건물을 점거할 수도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과 한전이 긴장하며 경계를 강화했으나 점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밀양을 찾은 희망버스에는 환경운동연합, YMCA, YWCA, 건설노조, 희망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비정규직센터, 녹색연합,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70∼80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한진중공업·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일반 시민과 대학생 등도 포함됐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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