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1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의원은 오는 9일 출간될 자신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랐지만 민주주의,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복지공약, 남북관계, 역사관 모든 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퇴행보다 더 절망적인 퇴행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문 의원은 “지금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저와 경쟁했던 박근혜 후보와 다른 분 같다”며 “그때 박 후보는 국민의 뜻에 자신을 맞추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이 된 지금은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국민통합과 상생도 오히려 더 멀어졌다. 편가르기와 정치보복이 횡행한다.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 저는 지금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서 때 이른 권력의 폭주를 느낀다”며 “제 생각이 잘못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제가 박근혜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전망이 성급한 오판이 되기를 바란다. 임기가 아직도 4년 넘게 긴 시간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의 초심으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과거 독재정권들도 하지 못했던 사상초유의 일”이라며 “어떻게 하든지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자초하고 있고, 지난 정권의 잘못이 현 정권의 더 큰 잘못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당장 2017년 대선에서 불법 관권선거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사건이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인 이유”라며 “그렇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덮어 나가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성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착시일 뿐”이라며 “그렇게 덮어진 문제는 국민들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였다가 언젠가 한꺼번에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미국에서 워터게이터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을 하게 된 시발은 도청 사건이 아니라 바로 거짓말 때문이었다”며 “도청 공작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짓말한 책임을 추궁당해 사퇴를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문 의원은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외면하고 있고, ‘종북’ 공세는 더욱 위세를 떨친다. 인사에서부터 철저한 편 가르기가 횡행한다. 최소한의 지역 안배조차 실종됐고, 분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대선 때는 국민통합을 그토록 소리 높여 외치더니, 막상 당선되자 국민통합이란 말이 사라졌고, 오히려 국민들과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불통의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대응도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바로 세우자는 국민들과 야당의 요구를 대선불복으로 규정하는 것은, 48%의 국민을 끌어안는 자세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아직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말하기는 이를지 모르지만 국민통합에 실패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지금처럼 국민통합을 외면한다면 이명박 정부와 같은 실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한마디로, 평소 실력 부족이었고 그것은 준비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다”며 “거기에 국정원의 대선공작과 경찰의 수사결과 조작 발표 등의 관권 개입이 더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적으로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을 총체적으로 놓고 보면, 저는 역시 준비와 전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대편이 NLL 공세나 종북 프레임 등 흑색선전까지 미리 준비한 전략에 따라 선거를 이끌어간 데 비해, 우리는 공을 쫒아 우르르 몰려가는 동네 축구 같은 선거를 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인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놀다가 벼락치기 준비로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라며 “그때 벼락치기로 준비했던 일들을 5년 내내 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대통령이 되려는 열정이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제게 그 열정과 절박함이 넘쳐나야 민주당에도 전염이 되는 법인데,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제가 출마 의지를 갖게 된 시기 자체가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출마 결심) 몇 달 전까지도 대선을 꿈꾸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 전략이 충분히 정립돼 있지 못했다. 대선 과정에 대한 사전 시뮬레이션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그것이 대선 과정에서 닥쳐온 상황들을 결단력 있게 돌파해내지 못한 원인이었다. 저의 결단력이 부족했다고 느끼는 대목도 많다”고 했다.

문 의원 측은 4부로 구성된 ‘1219, 끝이 시작이다’에 대해 “지난 대선에 대한 성찰과 복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승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나갈 것인지를 정리한 대국민 보고서이자 제안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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