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권 재도전 의지, 국정원 대선개입이 원인?

정치권이 벌써부터 선거 이슈에 들썩이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재도전을 시사하는 듯 한 발언을 해 대선 패배 11개월만에 사실상 대선 재도선을 시사한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1주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주자를 마다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내가 꼭 (대선에 나서야) 한다고 집착하지 않겠지만, 기회가 오면 (2017년) 대선에서 역할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차기 대선 재도전 결심 발언으로 보여진다.

특히 문 의원의 이런 발언의 진위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등 지난 1년간 벌어진 일련의 정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의원은 또 "앞으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국민이 선택할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지지받는 정당으로 만들고, 또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만드는 신당과의 경쟁에서 민주당이 승리 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역할에 충실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안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우호적 경쟁 관계"라는 표현을 들었다. "경쟁은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두 당이 같이 해야 한다"고 밝혀 지난 대선 때처럼 연대나 후보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문 의원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도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신세를 졌던 입장이라는 것 때문에 빚도 갚아야 하고 잘 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문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 1년 만에 차기 대권 도전을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선당시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홍 의원은 “이미 대선이 끝난지 1년이 지났고 그동안 문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발언과 입장 표명을 해왔다”며 “현재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또한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문 의원도 밝혔지만 대선 준비 부족 및 당 문제,불법 선거 개입으로 대선에서 패배했다”며 “다시 성찰하고 평가하는 기간을 가졌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9일 출간될 자신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와 관련한 현 정권의 외압 의혹에 대해 "과거 독재정권들도 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하든지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자초하고 있다"며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거론했다.

"닉슨 대통령은 도청 공작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짓말한 책임을 추궁당해 사퇴를 자초한 것"이라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정국을 주도했던 문 의원은 지난달 6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삭제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상회담 회의록 최종본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것은 참여정부의 불찰"이라며 처음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한 이슈의 본질은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남북대화에 이용하라고 국가정보원에 남겨 놓은 회의록을 남북대화엔 이용하지 않고 대선에 악용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여러가지 정황으로 비추어 문 의원은 대화록과 관련한 검찰수사를 자신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문 의원은 또 대선 패배 1년을 되돌아보니 준비없이 대선에 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도 그의 결심을 움직이는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은 9일 출간될 자신의 저서를 통해서도 기록되어있다.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준비부족"을 꼽았고 본인 스스로가 "대통령 되려는 열정이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제가 출마 의지를 갖게 된 시기 자체가 늦었다고 했다.

대선출마 최종 결심 몇 달 전까지도 대선을 꿈꾸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 전략이 충분히 정립돼 있지 못했다"는 것이 문 의원의 고백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대선 일년을 앞두고 정치행보를 본격 재개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이 기자들과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지난 6월 대선 당시 자신을 취재한 기자들과 북한산 산행에 나선 이후 다섯 달만이다. 문 의원은 간담회 뒤 그동안 거절해온 언론 인터뷰에도 응할 예정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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