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징용자 명부 3종 대상..이명수 의원·학계 주축 검토

[중앙뉴스 채성오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실태가 기록된 피해자 명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이 국내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일제 강점기 한국인 수천명이 강제노역을 했던 하시마(端島·군함도)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한 바 있다.

2일 정치권과 학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최근 주일 한국공관에서 60년 만에 발견된 '일정시 피징용자 명부' 등 3가지 기록에 대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국회 차원에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 문화재 등재로 추천할 일정(日政)시 피징용(징병)자 명부.   

의원실 관계자는 "명부가 강제동원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귀중한 기록인 만큼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명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국회 상임위나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본은 전범기업이 한국인 강제징용자를 착취한 장소를 산업화 유적이라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한다"며 "우리도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은 명부를 세계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역사학계도 명부가 일제의 만행을 확인하는 귀중한 자료라는 점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등재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피해조사와 보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일제 강제동원·평화연구회가 주축이 됐다.

연구회 대표인 황민호 숭실대 교수는 "피해자 명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발굴·보전한다는 유네스코의 목적에 적합한 문화유산"이라며 "기록을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교수는 "일단 국내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자료를 정리·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전시회나 세미나를 통해 등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이끌어내는 등 다방면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정시 피징용자 명부'는 한국 정부가 1953년에 작성한 것으로, 피징용자 명부 중 가장 오래된 원본 기록으로 추정된다. 강제징용자 22만9천781명의 동원기록이 65권으로 정리됐고 최근 주일대사관 이전 과정에서 발견됐다.

앞서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지난 9월 17일 "총리실 산하 내각관방 유식자회의가 추천한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규슈·야마구치와 관련 지역'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한다"고 발표했다.

▲ 1955년에 촬영된 일본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    

일본이 주장하는 이 산업혁명 유산은 한국인 4천700여명이 강제 노역을 했던 나가사키(長崎)현의 조선소와 강제 노역으로 122명이 숨진 미쓰비시(三菱)그룹 해저탄광이 있던 하시마 등 8개 현, 28개 시설과 유적을 말한다.

이에 기쇼 라오(60)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소장은 지난달 17일 제37차 유네스코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주변국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며 중립 위치를 지켜온 국제기구 측의 입장으로써는 이례적으로 일본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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