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필름현상소 내년초 사업 접어..씨네큐브도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

[중앙뉴스 채성오 기자] 이제 서울 시내 주요 상영관에서는 필름으로 상영되는 최신 영화를 볼 수 없게 됐다. 필름 영사기를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한 데다가 필름 자막업체와 현상소도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름을 현상했던 마지막 현상소인 서울필름현상소가 4일 폐점을 공식 발표했다. 씨네큐브와 필름메이트가 필름과 연관된 사업을 포기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영화관 중 최근까지 필름 영화를 개봉했던 예술영화상영관 씨네큐브는 "필름 영사기를 최근 디지털 영사기로 전부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필름 자막업체인 씨네메이트도 내년 초 필름 자막사업을 접고, 디지털 영화 자막작업과 영화 후반작업 등에 치중할 예정이다.

씨네메이트의 손상균 이사는 "한국 영화에 영문자막을 입히는 작업을 내년 1월까지 완료한 후 필름 자막사업을 접기로 했다"며 "이제 국내에서 필름 영화 신작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름 현상 업계의 퇴조는 2000년대 들어 디지털 카메라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보급되고, 복합상영관들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영사장비를 교체하면서 시작됐다.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며 제일, 허리우드, 세방 등 그간 필름을 전문적으로 현상했던 현상소가 지난 2년 사이에 사업을 잇달아 접었다.

대형 영화관들도 흐름에 맞춰 디지털 영사장비를 들이기 시작했다. CGV는 올 4월까지 필름 영사장비를 디지털로 전부 교체했고, 롯데시네마는 지난 2010년에 영사기를 디지털로 모두 바꿨다. 메가박스도 지난 2012년 말까지 필름에서 디지털로 영사기를 교체했다.

CGV 무비꼴라쥬와 씨네큐브 등 일부 영화관은 필름 영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개봉작 상영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전이나 기획전 기간에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 측은 전망했다.

서울필름현상소의 장강석 상무는 "앞으로 필름 영화를 현상할 곳이 없어 새로운 필름 영화를 상영할 길은 없어 보인다"며 "한 시대가 저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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