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기동경비작전 르포

중국이 지난달 23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이어도 주변 해역을 포함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같은 달 25일과 28일 연이어 유감을 표시하고 “주변국들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무관하게 이어도와 주변 수역에 대한 우리의 관할권은 영향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군은 특히 사상 처음으로 이어도 주변 해역에서 함정·해상초계기 기동경비작전을 전개했다.
2일 오전 펼쳐진 협동작전에는 최신예 이지스(Aegis) 구축함 율곡이이함(DDG-992)과 해상초계기 P-3CK, 해상작전헬기(Lynx) 등을 투입했다.

해군 이지스 구축함 율곡 이이함과 해상초계기 P-3CK가 지난 2일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인근에서 기동경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도수역에서 해상·공중 협동작전이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반
해군 이지스 구축함 율곡 이이함과 해상초계기 P-3CK가 지난 2일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인근에서 기동경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도수역에서 해상·공중 협동작전이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반)
 
◇ 사상 첫 해상·공중 기동경비작전

“출항 15분 전! 정박 당직에서 항해 당직으로 전환!”

때 이른 기습한파가 주춤한 지난 1일 오후 경남 진해 군항 ○○부두. 정박 중인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이 출항을 준비했다. 갑판요원들이 홋줄을 걷자 율곡이이함이 미끄러지듯 부두를 빠져나왔다.

“상황 끝! 출항요원 배치 해제!”

부두를 벗어난 율곡이이함은 협수로(항로 또는 수로 폭이 좁은 곳) 항해에 돌입했다. 함교 당직 근무자들은 전방에 산재한 어망과 조업어선 등 안전위해 요소를 파악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함정 승조원들이 가장 긴장할 때가 협수로 항해다. 작은 어망에라도 접촉하면 훈련이나 작전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율곡이이함이 협수로를 통과하는 데에는 1시간 10분이 걸렸다.

율곡이이함 관계관은 “군항 주변 어망과 어선 등은 긴급상황 발생 때 기동세력의 작전반응 시간을 늘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율곡이이함이 협수로를 통과하자 진해 비행기지를 이륙한 해상작전헬기 2대가 함상에 안착했다. 이로써 이어도 기동경비작전 수행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 율곡이이함은 순항 속력 17노트(시속 31.4㎞)로 이어도를 향해 항진했다.

바람은 시속 30~40㎞로 다소 거셌지만 파도가 잔잔한 남해 바다는 평화로웠다. 오후 5시가 넘자 붉은 노을이 수평선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승조원들은 갑판 주변에 안전망과 로프를 설치하고 등화관제를 실시하는 등 야간 향해에 철저히 대비했다.

이번이 세 번째 이어도행이라는 견시병 신지혁 상병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주변 해역에 보이는 불빛과 부유물을 확인, 당직사관에게 보고했다.

율곡이이함은 지난달에도 이어도 주변 해역에서 단독으로 기동경비작전을 수행했다. 이때 해양과학기지에 걸린 태극기가 훼손된 것을 발견했다. 율곡이이함은 해상작전헬기를 출격시켜 깨끗한 태극기로 교체했다.

신 상병은 “태극기가 펄럭이는 해양과학기지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가슴 뭉클했다. 내일에는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궁금하다”고 기대했다.

◇ 中에 방공식별구역 진입 통보 안 해

다음날 오전 8시 30분. 저멀리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눈에 들어왔다. 망망대해에 우뚝 솟은 해양과학기지는 이곳이 대한민국 관할권이라는 것을 말해 주듯 늠름했다.

율곡이이함 이동우(중령) 부장은 “10년 전 해양과학기지를 세운 건 정말 선각자적 혜안이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전 9시 10분. 해상작전헬기가 율곡이이함 갑판을 이륙하면서 해상·공중 협동 기동경비작전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여기는 P-3CK, 율곡이이함 체크인!”

잠시 후 ○○비행기지를 발진한 해상초계기 2대도 작전구역 상공에 진입했다. 이날 해군 항공기들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CADIZ) 진입을 통보하지 않았다.

잠수함 탐지 및 해상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해상초계기는 주 2회 이어도 상공을 초계비행한다. 이 같은 임무는 지난달 23일 중국이 CADIZ를 선포한 후에도 지속하고 있다.

율곡이이함은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탐지거리가 1000㎞에 달하는 최첨단 위상배열 레이더(SPY-1D)를 풀가동, 중국 측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여기는 P-3CK, 율곡이이함 체크아웃!”

오전 10시 3분. 이어도 상공을 저공 비행하며 30마일 반경에 대한 초계임무를 수행한 P-3CK는 율곡이이함과의 교신을 마지막으로 귀환했다. 이어 해상작전헬기도 율곡이이함 갑판에 착륙함으로써 이어도 기동경비작전은 막을 내렸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율곡이이함 유근종(대령) 함장은 “이지스 구축함과 항공세력이 참여한 이번 기동경비작전은 우리 해군이 이어도 근해 수호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임무수행이었다”며 “해군 전 장병은 앞으로도 국가 이익과 이어도 해역 관할권 수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민군복합항 반드시 건설해야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어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 거리에 위치한 수중 암초다.

암초 정상이 바다 표면에서 4.6m 아래에 잠겨 있어 파도가 심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 : Exclusive Economic Zone) 내에 있으며, 이어도 수역은 우리 해군 작전구역(AO : Area of Operations)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해운항만청에서 등부표(안전 수역과 장애물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해저에 고정시켜 뜨게 한 구조물)를 설치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표했다.

2003년 6월에는 헬리콥터 착륙장과 첨단 관측장비를 갖춘 과학기지를 세웠다.

이어도 부근은 어종이 다양하고 해저자원이 풍부해 한·중·일 3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岩礁)’로 부르며 자국 관할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이어도 부근에서 해양분쟁이 발생하면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거리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부산작전기지에서 이어도까지는 481㎞다. 이지스 구축함을 제외한 함정이 긴급 출항해 순항 속력으로 기동하면 21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중국 상하이(327㎞)나 일본 사세보(337㎞)에서는 각각 14시간과 15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는 174㎞에 불과하다. 협수로 항해 요인도 없어 8시간 이내에 도착 가능해 작전반응 시간을 무려 13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제주민군복합항 건설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해군 관계관은 “2015년 말 제주민군복합항을 완공하면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전대급 세력을 작전배치할 수 있다”며 “현재 이어도 수역은 중국·일본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무관하게 관할권을 행사 중이지만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주민군복합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