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U-20 월드컵 이광종 감독에게 듣는다

이광종 감독은 유소년 선수 육성에서 인성을 강조한다.
이광종 감독은 유소년 선수 육성에서 인성을 강조한다.
이광종(49)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한국 유소년 축구의 산증인이다. 지난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올 6월부터 7월까지 터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을 8강까지 올려놨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에는 U-17 월드컵 8강,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 지난해 AFC U-19 선수권대회 우승 등을 이끌었다.

이 감독이 좋은 성적을 냈던 U-20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5월 2017 FIFA U-20 월드컵 유치의향서(Declaration of Interest)를 FIFA에 제출했다. FIFA U-20 월드컵은 2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24개 국가의 축구 유망주가 참가해 ‘미니 월드컵’이라고 불린다. 디에고 마라도나(53)부터 리오넬 메시(26·이상 아르헨티나), 티에리 앙리(36·프랑스)까지 전설들이 뛴 무대다. 축구의 미래를 먼저 만날 수 있어 스타 등용문이라고 평가받는다.

올해 새로 취임한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국제 축구 외교력 강화’라는 공약 실천을 위해 이 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돕고 있다.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회 유치 타당성을 검토한 뒤 정부 승인을 내줬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 역시 “유치 가능성이 높다”며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는 국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축구협회와 FIFA 지원으로 충분히 치를 수 있어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이제 선수단 준비만 남았다. 2017년 대회는 1997년과 1998년생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 이 세대는 한국축구의 황금세대라 불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FC 유스팀에 있는 백승호(16)가 1997년생이고, 이승우와 장결희(이상 15)는 1998년생이다. 이들은 한국뿐 아니라 명문 바르셀로나도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다.

축구협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을 목표로 잡았다. 2017 U-20 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쌓아야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이광종 감독에게 남은 4년 동안 유소년을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길을 물었다.

2017 U-20 월드컵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대회까지 4년 남았다. 지금 중학생들이 주축이 될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며 한국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 수 있었다. 조직력과 정신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다만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것을 많이 느꼈다. 기본기를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축구의 전체적인 토양에 문제가 있다.”

어린 선수들의 재능은 어떤가. 예전 선수들에 비해 잘하는 것이 맞나.

“어릴 때부터 공 감각 등은 나쁘지 않다. 다만 유럽 연수 때 발렌시아 유소년들이 성인들이 쓰는 공으로 기본기를 배우는 것을 봤다. 한국은 작은 공을 쓰는데 이런 사소한 차이부터 바꿔야 한다. 자주 익혀야 더 발전한다. 예전에 비해 개인 훈련이 줄어든 것은 아쉽다. 팀에서 성적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체력 훈련을 많이 한다. 어린 선수들 스스로 개인 훈련을 많이 하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기본기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축구협회의 국가 대표를 키우는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다. 90점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다. 파주에 꾸준히 소집되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소집할 수 있는 선수는 많아야 20~30명이다. 한계가 있다. 한국 축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원 축구가 아직도 성적 지상주의에 젖어 있는 게 문제다. 선수 개개인의 기본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 연령대의 선수를 다 지도해 봤는데, 연령대별로 어떤 차이가 있나.

“연령별로 훈련 프로그램이나 훈련량을 조절하게 된다. 12세에서 15세까지가 유소년이다. 이때는 어린 선수들에게 재미난 방법으로 개인 기술을 가르쳐 준다. 청소년인 16~17세가 되면 어려운 것을 가르친다. 연령이 올라가면서 전술적인 것도 복잡해지고 유소년 때와는 달라진다.”

기술은 다소 부족해도 꾸준히 성장한 선수가 있을 텐데, 소개해 달라.

“조원희(30·우한FC) 같은 경우 청소년 때 기술은 부족했다. 그러나 훈련 때와 실전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에서 항상 열심히 했다. 그런 근성을 보면서 크게 성장할 것이라 믿었다. 예상대로 2006년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에 나가는 등 성인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선수 개개인의 장래성이 보인다고 할 때 대표팀을 꾸리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팀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력을 본다. 한마디로 성실성이다.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선수는 운동장에서 자신이 가진 기량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 자기가 잘한다고 해서 열심히 안 하는 이들을 용서하면 안 된다. 그 이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데 만족하는 선수가 있다. 이런 정신적인 것도 선수 개인의 발전 가능성에 들어간다.”

인성이 기술에 앞선단 말인가.

“사람이란 것이 다 그렇다.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선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남을 배려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그들은 항상 팀을 위해 희생한다.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넣어준다. 어린 선수가 발전하려면 인성과 끈기·노력을 갖춰야 한다. 크게 성장하는 선수들은 이런 덕목을 꼭 갖췄다.”

4년 뒤 뛸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어린 선수들은 본인이 노력해야 한다. 또 주변 지도자의 도움도 필요하다. 현재 중학생들은 전술에 맞춰 움직이는 것을 익힐 시기다. 그런 능력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지난 U-20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류승우도 이전까지는 대표팀에 자주 발탁되지 못했다. 어릴 때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큰 대회에 나가면 자신감도 찾고 기량도 오르게 된다. 지금 대표팀에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떨어졌다고 포기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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