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직장인인 신모(34.여)씨는 연말 술자리가 부담스럽다. 특히 부서 및 협력사 송년회, 대학 동창회가 한 주에 몰려 있는 이달 중순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기간이다.

특히 꼭 참석해야만 하는 부서 송년회 및 협력사와의 술자리에서는 폭탄주가 돌게 마련이어서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신씨는 "부서 회식이나 협력사와 술자리에서는 폭탄주가 도는데 술은 마시되 취하면 안 되는 자리여서 부담스럽다. 가능하면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고 숙취해소 음료도 꼭 챙겨먹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신씨처럼 연말 술자리를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을 겨냥한 업계의 마케팅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판매하는 주류업체들은 주요 고객층인 여성을 잡기 위해 그동안 남성 취향 일색이던 마케팅을 여성 취향으로 대폭 전환했다.

청주 '청하'와 탄산 매실주 '설중매 스파클링'을 판매하는 롯데주류는 최근 여성 주당들이 자주 찾는 일본식 선술집이나 소주방 등에서의 판촉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이런 음식점이나 술집 판촉행사는 주로 소주나 맥주 위주로 이뤄졌지만, 저도주를 찾는 여성층 고객이 크게 늘면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또 롯데주류는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캠페인 광고와 시트콤 형식의 동영상 등 다양한 감성 콘텐츠를 제작해 20∼30대 여성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통시키거나, 여성들만의 일상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전파하는 방식으로 여성 고객과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덕분에 최근 주류 시장 침체 속에서도 청하와 설중매 스파클링은 주류 시장 침체 속에서도 돋보이는 매출 성장세를 이뤄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최근 주류업계에서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통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술자리를 피하기 어려운 여성 직장인들이 많은 만큼 연말 송년회 시즌에도 여성을 겨냥한 감성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연말 송년회에 매실주 '매화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주요 소비자인 20대 여성을 상대로 '매화수 스윗 드림 레시피 콘테스트' 등 이벤트를 진행한다.

20대 여성이 직접 매화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를 겨루는 이벤트로 총 상금이 1천만원에 달한다.

지난 5월 프리미엄 매실 원액에 화이트 와인을 더한 매실주 '매이(MAY)'를 출시한 보해도 여성 대상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당당한 도시 여성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인형을 제작해 모델로 내세웠고, 공식 페이스북에 'MAY-언니들의 수다주'를 콘셉트로 여성들의 기호에 맞는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송년회를 앞둔 여성대상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송년회 시즌을 앞두고 업계에서 처음으로 여성을 위한 숙취해소 음료 '컨디션 레이디'를 출시했다.

1992년 헛개 컨디션 출시 이후 20여년간 주로 남성 소비자를 공략해왔는데, 최근 여성의 사회참여가 급증하고 숙취해소음료에 대한 여성들의 거부감도 희석되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자 여성용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남성보다 여성의 위와 간 손상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 제품의 주요 성분은 유지하면서 피부보습에 좋은 히알루론산과 지방간 치료와 신장 보호 효능이 있는 성분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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