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청년 실업률이 10.0%를 기록하면서 고용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가 문제가 된 것은 2008년 말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의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고용이 줄어든 까닭도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경제구조 자체가 성장은 하면서도 고용이 늘지 않는 소위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확대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이와 같은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산업이 바로 서비스 산업이다. 현재 전체 취업자 2,286만명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617만명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388만명(17%)을 훨씬 뛰어 넘는 수치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제조업은 평균적으로 취업자 숫자가 감소하고 있으며 서비스업에서 증가하는 일자리로 인하여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노동 공급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업은 성장에 따른 고용창출능력에서 제조업을 압도한다. 2000년대 들어 제조업이 1% 성장할 때 고용은 오히려 0.1% 감소하고 서비스업이 1% 성장할 때 고용은 0.6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의 취업계수가 낮고 서비스업의 취업계수가 높기 때문인데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부가가치 10억원당 제조업은 16명 서비스업은 31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10억원당 취업자가 100명 내외를 기록하고 특히 제조업의 취업계수가 서비스업의 두 배에 달했지만 1990년대 이후 산업 수준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첨단시설과 장비를 갖춘 제조업이 확대되면서 생산액 대비 취업자 수가 크게 줄고 결과적으로 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1차산업에서 2차산업으로, 2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경제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경제의 일반적인 현상이며 미국을 필두로 모든 선진국이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를 경험하였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에서 1960-1970년대에 서비스업이 광공업을 압도하였고 2000년대 들어서는 서비스 부분이 GDP의 3분의 2 이상을 점하도록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서비스 산업에는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성장의 동력으로서의 활력이 저하되어 결과적으로 일자리 창출 기능에도 큰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의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은 선진국의 60% 수준이다. 한국의 서비스 고용 비중은 OECD 평균보다 조금 낮은 정도이지만 서비스 생산 비중은 OECD 30개국을 통틀어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도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기는 고사하고 격차가 커질 우려가 있다.

전과 비교할 때 OECD 국가들은 서비스 산업의 고용 비중과 부가가치 비중이 다 같이 약 5% 내외 늘어난 데 비하여, 한국은 고용 비중은 10% 이상 늘어났으나 부가가치는 5% 미만 증가하였을 뿐이다. 이와 같은 비효율적인 패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을 유형별로 구분하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 증가율이 매우 높았으나 반대로 고용 증가율은 매우 낮았던 업종이다. 예를 들어 기계장비 임대업, 통신보험업, 금융업 같은 업종인데, 이들 업종은 고용을 절약함으로써 효율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향후에도 고용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두 번째 유형은 생산성 증가율도 높고 고용 증가율도 높은 업종으로, 정보처리, 교육, 의료, 과학기술, 연구개발 등으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이다. 세 번째 유형은 비록 고용은 증가하였으나 생산성 증가는 평균 이하로 저조했던 업종이다.

최근 기업들의 노동 인력의 아웃소싱 경향에 따라 나타난 기타 서비스 사업, 간병 도우미 등 인력 공급업, 시설관리 위탁업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향후에도 이러한 업종의 고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합리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저숙련 비정규 노동의 확대로 귀결될 우려도 크다.

네 번째 유형은 고용 증가율도 낮고 생산성 증가율도 저조했던 업종으로 숙박업 음식업 소매업 등이 여기에 속하며,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자영업자로 인해 현재의 고용인원은 많지만 향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업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선진국의 서비스 산업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생산성이 높은 업종의 비중이 높으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정보처리, 보건, 사회복지, 교육, 전문 서비스 등 생산성도 높고 고용증가율도 높은 부문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이는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85%에 달하는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서비스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는 세부 산업의 특성에 맞게 취해야 하겠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다음 세 가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우리나라의 제도는 제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많은데 조세, R&D, 용지 등 정부의 각종 지원 대책을 서비스 산업에도 동등하게 적용하는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교육내용이 전수되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여 서비스 산업 경쟁력의 기본이 되는 인적자원을 양성해야 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하게는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대폭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에는 교육, 의료, 방송, 법률 등 여러 분야에 사회 공익적 목적을 이유로 한 각종 진입 제한이 있으며 이로 인해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의 확대가 원활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산업의 성장과 고용의 창출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

또한 각종 면허 및 자격사 제도가 실질적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여 유연한 인력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현 정 택
[전]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전]외교통상부 경제통상대사
[전]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현]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국제통상학 교수



 



출처 : 국회경제정책포럼(대표의원 정희수)
본 칼럼은 국회 경제정책포럼의 설립취지 및 목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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