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로당 노인의 25%가 기만적인 상술로 저질물품을 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시내 50개 경로당의 어르신 503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설문 조사한 결과, 126명이 판매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는 답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구입 제품은 건강보조식품이 77.6%(97명)로 가장 많았다. 의료보조기구(40명), 상조·수의 상품(12명), 건강보험(6명)이 뒤를 이었다. 금액은 100만원 미만 75%(93명), 100만∼200만원 9.8%(12명), 200만∼300만원 8.2%(10명)였다.

제품 구입경로는 관광, 사우나, 온천, 공장 견학을 무료로 시켜주고 나서 강매하는 경우가 53.2%(66명)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대부분은 구매 후 바로 후회했으며, 43.9%(54명)가 가격에 비해 상품의 질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충동구매(51명), 시중보다 비싼 가격(19명), 무료제공으로 위장한 비용 청구(18명), 상품 사용 후 부작용 발생(11명)을 이유로 후회했다.

그러나 이런 제품 불만족에도 응답자의 81.6%(102명)는 대금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대금 지불 이유로 46.5%(47명)는 '제품을 잘못 산 게 내 잘못이기 때문에 돈을 냈다'고 했다. 자녀나 배우자에게 사기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어서(14명), 계약철회 방법을 몰라서(14명)라는 답도 있었다.

사기 피해 노인 중 51.2%(62명)는 도움을 요청할 곳을 몰라 아무 대처도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시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오전 10시 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 4층 대강당에서 '어르신 민생침해 근절을 위한 민관합동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학계·현장 전문가 100명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고령소비자에 대한 내용증명대행서비스 도입, 홍보·체험관 금지 같은 제도 개선책을 논의한다.

시는 또 대한변호사회와 '어르신 민생침해 법률지원단'을 운영, 노인의 사기 피해 예방과 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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