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관련 내부 혼란 조기 차단 의도"

김정일 후계체제부터 40여 년간 북한 권력의 정점에 있던 장성택이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낙인찍고 불과 나흘 만인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정변을 꾀한 역적'이라며 즉각 사형함으로써 장성택 숙청을 일사천리로 단행한 것이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장성택 처형의 배경에는 장성택이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려 했다는 북한 지도부의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장성택 사형 소식을 발표, 장성택이 세력을 규합해 정변을 일으키려 했다면서 그의 자백내용까지 공개했다.

'장성택의 정변' 죄목은 북한 당국이 그를 제거하기 위해 얼마든지 조작해낼 수 있지만, 김정은 정권이 이런 인식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그를 살려둘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게 한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김정은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자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을 사형에 처하는 극단적 결정을 한데 대한 명분과 당위성인 셈이기도 하다.

북한이 장성택을 신속 처형한 것은 혼란스러운 권력 내부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다잡고 빠르게 '장성택의 물'을 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김정은 1인 지배 체제를 엎으려 한 장성택을 빠르게 처형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에 도전한 자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를 만천하에 보여줌으로써 간부와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려는 속내로 보인다.

장성택에 대한 동정이나 장성택 처형에 대해 반발할 경우 절대로 용서치 않을 뿐만 아니라 결과는 장성택처럼 죽음만이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장성택이 인민보안원들에게 체포돼 끌려나가는 모습까지 북한 전역에 보는 조선중앙TV를 통해 내보내는 파격 조치를 보였다.

이어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간부와 주민들이 동원돼 장성택을 '쥐새끼' 등으로 매도하며 전기로에 처넣어버리고 싶다는 등의 '장성택 타도' 여론몰이에 연일 나섰다.

북한 내부는 장성택에 대한 분노로 끓는 듯한 분위기였고 그 분위기에 힘입어 장성택을 즉각 처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포를 극대화한 것이다.

민심을 수용해 장성택을 처형했다는 명분도 쌓은 셈이다.

북한 당국이 장성택을 사형까지 한 배경에는 40여 년간 북한 정권에서 2인자로 권력을 행사해온 장성택의 세력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성택은 김정일 체제에서 두 차례의 좌천으로 정치적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가장 믿고 의지한 친인척이자 오른팔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 이후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과 김정은 정권 공식 출범까지 전 과정에서 사실상 북한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1인자나 다름없이 권력을 행사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장성택이 심복들을 노동당과 내각 등 주요 기관에 앉히는 방법으로 "체계적으로 자기 주위에 규합하고 (장성택이) 그 위에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군림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장성택의 재판과 사형 집행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는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면서 "권력 찬탈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고 장성택 세력들에 대한 반발 여지를 미리 제거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그 목적을 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또 "오늘 새벽에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서 장성택을 신속히 처형한 것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김정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반영하고 장성택을 둘러싼 내부논란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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